1.jpg
길거리에서 부랑아들을 '청소'한다는 명목으로 부산 형제복지원에 잡혀들어온 하수명(59)씨는 이후 선감학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갖은 폭력에 시달리다 탈출했다. 사진은 혼자 식사 준비를 하는 하수명 씨와 구타로 머리에 새겨진 흉터, 막노동·구두닦이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그의 거친 손 모습. 2022.11.2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약속한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민'으로 지원대상을 한정(11월 7일자 1면 보도="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환영… 경기도 거주 한정은 아쉬워")해 피해자 상당수가 지원받지 못하면서다.

이에 피해자들은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도와 도의회는 확대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외 확장' 사업비 2배 이상 늘어
도의회, 첫 지원금부터 포함 무리


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도내 거주하는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500만원의 위로금과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상을 담았다. 이를 포함한 선감학원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됐고 도의회에서도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지난 23일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도가 지원하는 대상은 관내 피해자로, 도내 주민등록을 둔 사람으로 제한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접수된 피해자 10명 중 6명(62%)이 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똑같은 선감학원 피해자이지만, 도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위원장은 "도내 거주자로 한정한 도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지원을 받으려면 도내로 이사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하니 정부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2.jpg
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년가량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참혹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왔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과 그의 생전 모습. 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 한계… 정부의 대책 필요
김동연 "규정 살펴보고 확대 검토"


더욱이 현재 선감학원 관련 예산은 지급 근거인 조례가 마련되지 않아 전액 삭감된 상태인데,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도의회는 예산 편성 등의 한계를 언급하며 첫 지원금 사업부터 관외 거주자를 포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도와 도의회는 도내 피해자를 최대 100명으로 추산하고 사업비 7억4천만원을 편성했는데, 관외 지원까지 넓힐 경우 2배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 국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물론, 도와 도의회에서는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조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기환(민·안산6) 의원은 "정부에서 국비 사업으로 추진하거나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는 등의 지원 없이 경기도만 추진하다 보니, 현재 예산과 재정상 도내 거주자로 대상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첫 사업이라 예산 편성 부담이 큰 상황이다. 국비 지원 등에 속도가 붙으면 이후에 다시 개정 등을 추진해 관외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 지사는 "도내 거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지원에 제약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일단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원 대상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문제가 없다면, 파악해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