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영종도와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 명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12월 ‘이름 없는 다리’로 개통할지도 모르는데요. 명칭 확정 전 교량을 개통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명칭 두고 ‘양보 없는’ 지역 갈등
영종하늘대교 vs 청라대교 대립
개통 12월까지 명칭확정 불가능
명칭없이 개통한 사례는 없어
‘갈등 3년째’ 지자체 합의 희박

■영종하늘대교vs청라대교… 수년째 이어지는 명칭 갈등
제3연륙교는 영종대교(제1연륙교)와 인천대교(제2연륙교) 다음으로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해상교량입니다. 총사업비 7천709억원을 투입해 4.68㎞, 폭 30m(왕복 6차로) 규모로 건립 중입니다. 기존 연륙교와 달리 제3연륙교에는 보도와 자전거도로가 함께 건설되고, 세계 최고 높이(180m)인 주탑 전망대와 수변 데크 등 체험·관광형 교량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의 접근성도 한층 더 높아지겠죠.
사업시행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 12월 제3연륙교를 개통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제3연륙교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교량 이름을 짓기 위한 절차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갈등 주체는 중구와 서구로, 두 지역은 제3연륙로 연결됩니다. 또 사업비 대부분은 영종지역과 청라국제도시 개발 조성원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는데, 각 구가 부담했다고 주장하는 액수만 각각 3천500억원, 3천억원입니다. 서로 제3연륙교에 지분과 의미를 내세우며 명칭을 가져오려는 입장인데, 2022년부터 시작된 갈등이 지금까지도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구 주민들은 제3연륙교 명칭으로 ‘영종하늘대교’를 주장합니다. 교량 건설에 드는 비용을 중구가 더 많이 부담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제3연륙교 교통 수요 88% 이상이 영종 주민으로 추산되는 등 ‘섬 주민의 교통권 회복’이라는 교량 건설 의미가 명칭에도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관광자원으로서 잠재력이 큰 교량으로서 인천 국제성과 상징성을 담은 영종하늘대교가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서구에선 ‘청라대교’를 밀고 있습니다. 제3연륙교 건설 혜택을 영종 주민이 받게 됨에도 서구가 청라국제도시 개발 과정에서 나온 돈을 사업비로 함께 부담했으며, 제3연륙교 주탑이 청라 인근에 설치되는 만큼 명칭을 청라대교로 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입니다.
두 지역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인천시지명위원회에서 명칭 심의를 받으려는 인천경제청의 계획은 연기된 상태입니다. 두 지역에 걸친 시설물의 정식 명칭은 각 구청 의견을 취합해 인천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당초 지난해 12월 심의를 받고자 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천시지명위원회에 올릴 후보조차 추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천경제청은 최근 각 지역이 희망하는 복수의 명칭을 올리고, 인천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는데, 인천경제청·중구·서구가 2개씩 총 6개 명칭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쉽지 않은 지명 포기, 이전 사례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지명’의 개념은 도시·마을이나 행정구역, 자연 지형(강, 산, 바다, 호수 등)은 물론 인공구조물(댐, 공항, 고속도로 등)에 붙이는 이름까지 포함합니다. 하나의 장소 또는 구조물에 두 개 이상 이름이 붙거나, 다른 장소에 같은 이름이 사용되는 등 혼란을 막고자 정부는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근거해 지명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원칙이 바로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지명 표준화 편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있어도 지명 제정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해당 지명을 통한 지역 인지도나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3연륙교를 예로 들면 타 시도 주민이 해당 교량을 검색할 때, 교량 명칭이 ‘영종’이냐 ‘청라’냐에 따라 인천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지역이 갈릴 것입니다. 교량이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면 자연히 교통이 편하다는 기대를 받고, 집값 등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높이는 한편, 지역 발전을 위한 일종의 홍보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인천에서도 각종 명칭을 두고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갈등을 빚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1·2연륙교도 개통 당시 치열한 명칭 갈등을 겪었습니다. 2012년에는 인천 연수구가 “수원보다 인천이 대도시”라는 논리로 ‘수인선’(수원~인천) 명칭을 ‘인수선’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6년에는 인천시가 부평구에 시립체육관을 조성하면서 인천 출신 레슬링 선수의 이름을 딴 ‘장창선체육관’으로 명칭을 짓고자 했지만, 인근 주민들이 명칭에 지역성이 없다고 반발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인천경제청은 올해 3월 ‘제3연륙교 민관협의회’를 발족하며 중구와 서구 간 입장 중재에 나섰지만, 명칭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나 인천시지명위원회 심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총 2번까지 가능한 이의제기 절차까지 끝내려면 제3연륙교 개통이 예정된 올해 12월까지는 명칭 확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교량이 명칭을 확정하지 못한 채 개통한 사례는 전국에서 없습니다.

■극적인 합의? 제3의 명칭?
문제는 인천시지명위원회의 결정에 중구와 서구 누구든 이의를 제기해 국가지명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면, 국토부 지명 제정 원칙에 따라 두 지역이 주장하는 ‘영종하늘대교’와 ‘청라대교’ 모두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명 표준화 편람’을 보면, 2개 이상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해당하는 지명은 해당 지자체 간 합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세부 원칙 중 하나가 “1개 지방자치단체에만 해당하는 지역 요소를 적용함으로써 분쟁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는 지명은 배제한다”입니다. 또 해당 지자체들은 모든 지역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성을 반영한 지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편람에 따르면 중구가 밀고 있는 ‘영종하늘대교’와 서구가 주장하는 ‘청라대교’ 모두 지명 제정 원칙에 어긋나는 셈입니다.
만일 영종하늘대교나 청라대교 중 하나로 명칭이 정해지기 위해선 ‘지자체 간 합의’가 전제입니다. 하지만 제3연륙교 명칭 갈등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쪽이 갑자기 명칭을 양보하거나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지자체 간 합의가 불가할 경우 상위 지명위원회가 명칭을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지명 제정 원칙에 따라 인천시지명위원회 또는 국가지명위원회는 중재안을 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천경제청 역시 공모를 통해 인천 전체의 지역성을 담은 ‘중립 명칭’을 찾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2008년 서울시지명위원회가 ‘암사대교’와 ‘구리대교’ 명칭 갈등을 ‘구리암사대교’로, 지난해 국가지명위원회가 ‘고덕대교’와 ‘구리대교’ 명칭 갈등을 ‘고덕토평대교’로 중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두 지역 의견을 임의로 절충한 명칭이 나올지, 중구와 서구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명칭이 등장할지. 수년째 평행선을 달리는 제3연륙교 명칭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