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스포츠 경기는 팬들의 응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나 국내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도 저마다 팬들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팬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 구단은 선수들의 캐릭터나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 등 굿즈 제작을 통해 마케팅 작전을 펼친다. 실제로 프로야구, 프로축구 팬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응원해왔다. 그만큼 선수들과 통일성을 기하고 승리에 힘을 모아주기 위해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잠시 상기해보자. 당시 붉은 악마 유니폼은 출시하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고, 국민들 모두 붉은 색 상의를 착용하고 경기장과 길거리 응원전에 나섰다. 태극전사들의 경기 때마다 붉은 색은 관중석을 꽉 채웠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만든 A사는 대박을 쳤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국내 스포츠의 경우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이 각 나라 대표팀과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자사 제품을 홍보해왔다. 이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통해 국민이나 팬들이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는 욕구를 만들기 위함일 게다.
국내 최고의 서포터즈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경우에도 다국적 유니폼을 착용해왔다. 경기 때마다 TV에 보여지는 유니폼의 로고는 글로벌 스포츠 회사들의 대결장으로도 꼽혀왔다. 현재 세계 프로축구나 각국 국가대표팀은 대기업 스포츠들이 양분한 상태다.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천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지난해 관중을 뛰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프로스포츠는 팬 덤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로스포츠 경기장에 홈 관중이 원정 관중보다 적다는 것은 홈 프로 구단으로서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팬들이 많은 KIA나 롯데, LG와 경기를 치르는 구단들은 홈 구장 때면 바짝 긴장을 한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스포츠는 어떨까. 과거 1970~1980년대 아마추어 스포츠는 대단했다.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복싱을 비롯해 레슬링, 유도, 양궁 등 다양한 종목에서 팬덤이 형성됐다.
그 중에서도 아마추어 고교야구는 백미였다. 당시 동대문야구장(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린 고교야구는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 될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이자 한국프로야구의 역사가 태동한 장소인 동대문야구장이었지만 우리에게 아픈 역사다.
2006년 10월 야구장과 축구장을 포함한 동대문운동장 전 시설에 대해 전면 철거 및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된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 단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해 철거 반대의 의사를 나타냈지만 결국 묵살됐다.
이후 한국 아마추어 야구는 프로야구에 밀려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많은 유망주들이 아마추어 야구장에서 커온 탓에 동대문야구장의 철거는 아쉽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고교야구나 고교축구, 대학 스포츠 모두 경기장에는 선수와 지도자, 일부 학부모만 있을 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지난해 8월 일본 열도는 고교 야구대회 인기가 대단했다. 우리나라도 재일동포가 세운 한국계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甲子園))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마추어 야구의 열정을 잠시 엿보았다.

교토국제고는 운동장이 좁아 선수들이 훈련하기도 쉽지 않고, 야구공이 없어 공의 실밥을 꿰매어 사용하는 등 훈련 환경이 열악했지만 일본 아마야구의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으로 국내외 언론에서 찬사를 보냈다.
일본 고교야구가 지금도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을 보여준 셈이다. 1924년 일본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개최하고자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이 개장하면서 경기장 이름을 딴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대회를 상징하는 단어가 될 정도로 많은 스타급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현재 고시엔 구장은 고교야구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일본프로야구 간사이 지역의 대표 구단인 한신 타이거스가 홈으로 사용한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프로야구 경기가 없을 때 아마추어 야구 대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구단이 팀의 이익과 열정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관심도 가져줬으면 한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발전은 바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