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9시께 찾은 수원시 권선구 A 아파트. 정문에는 ‘수원시가 지정한 금연아파트’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내부 사정은 사뭇 달랐다. 단지 곳곳에 흡연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은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바닥에서 쉽게 담배 꽁초를 찾아볼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금연아파트로 지정만 하면 만사가 해결되느냐”며 “흡연아파트랑 다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간접 흡연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면서 경기도에도 금연아파트가 속속이 지정되고 있지만, 단지내 흡연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흡연을 규제하는 방법이 부실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주세대 중 세대주 과반이 넘는 동의를 거치면 금연아파트로 지정된다. 금연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계단·복도·지하주차장에서 흡연이 적발될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단지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도 흡연은 여전했다. 이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보니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담배 꽁초 등 흡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입주민 조모(40)씨는 “건물 내부 계단에서도 버려진 꽁초를 봤다”며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지자체의 단속이 쉽지 않아서다. 도내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아파트에서 흡연을 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금연단속원이 바로 현장으로 나간다”면서도 “현장에 도착했을 땐 흡연자가 이미 사라진 뒤라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이후 오히려 단지내 흡연이 공공연해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금연구역 4곳을 제외하면 단지 어디서나 흡연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흡연자들 사이에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입주민 임모(49)씨는 “놀이터 바로 옆에 있는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자제해달라고 했더니, 금연구역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애매한 규정이 갈등을 키운다며 흡연자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차라리 흡연구역을 정해두는 게 흡연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금연아파트 주민인 흡연자 최모(59)씨는 “구역을 따로 정해주지 않으니 곳곳에 흩어져서 피우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흡연구역을 만드는 것처럼 단지에도 관련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제도가 가진 목적과 시민들이 이해한 내용 사이에 괴리가 있으니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라며 “제도를 만들기만 했을 뿐 관련 예산도 없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