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정치부 차장
강기정 정치부 차장

달력의 페이지가 바뀌는 날. 오전 8시59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주시한다. 드디어 9시. 재빠르게 충전을 선택해보지만 허사다. 작동을 멈춘 앱을 할 수 없이 껐다 켜면 기다림은 더 길어질뿐. 결국 ‘이번 달 인센티브는 모두 소진됐다’는 알림과 허탈감만 남았다.

매달 ‘수원페이’ 이용자들이 겪는 ‘1일’ 전쟁의 단편이다. 수원시는 지역화폐 사용에 대한 혜택으로 충전금액의 10%를 시 예산을 활용해 얹어준다. 무한정 지급하기엔 예산에 한계가 있다보니, 매달 한도를 정해두고 그만큼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1일 오전 9시는 그 달의 인센티브 지급이 시작되는 시기다. 매달 1일 오전 9시마다 마치 ‘티케팅’을 하듯 경기지역화폐 앱에 이용자가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1일’ 전쟁의 여파는 비단 수원페이 이용자들에게만 미치진 않는다. 우연히 이 시각 지역화폐를 충전하려던 다른 지역 주민들도 경기지역화폐 앱 작동이 잘 되지 않아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다. ‘1일’ 전쟁의 전말을 잘 알지 못하는 타 지역 주민들로선 의아할 따름이다. 충전할 수 있는 돈이 많을수록 인센티브 혜택을 많이 받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야 유리할 수밖에 없어 고령층 등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논란 등도 매번 뒤따른다.

그럼에도 ‘1일’ 전쟁이 반복되는 데는 팍팍해진 민생이 근저에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지갑이 갈수록 얄팍해지고, 아이들 학원 개수를 줄여야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100만원을 충전하는 것만으로도 10만원의 ‘공돈’을 얻는 셈이니 “이게 뭐라고 1일마다 난리냐”는 자조 섞인 푸념에도 서글픈 ‘1일’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기지역화폐 리포트’ 기획보도 이후 수원시 등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지역화폐 효용성 논란 등에 대한 여러 보완 노력에 나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민생이 나아져야 끝날 전쟁이겠지만, 1일마다 느낄 허탈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 역시 계속 해서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1일’ 전쟁이 조금은 덜 서글플 수 있도록.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