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석 구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방장·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박사
강경석 구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방장·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박사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속 가능한 세상에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배터리를 통해 무선 혁명을 이루고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의 양면성을 간과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어 열폭주에 의한 화재로 이슈가 된다. 그로 인해 소방 당국을 필두로 여러 대응 방안 등이 모색되나 화성 아리셀과 청라 전기차 화재에 의해 공포감은 더 커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28일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되며 불안감은 더 커진다.

늘 그렇듯 문제가 생겨야 해결 방안 등이 논의되나 결국 탁상행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번 경우도 비닐 지퍼백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 등이 발표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배터리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선 배터리 안전에 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폭주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하는 전문가의 참여는 필수다. 하지만 발표된 대응 방안을 보자면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열폭주의 문제는 과거 연구 단계에서부터 분석이 끝났고 현재 새로운 기작에 관한 연구 등이 발표되고 있다. 즉 전문 영역이라는 소리다. 열폭주 발생 기전의 핵심은 온도이다. 다시 말해 안전을 담보하는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비가역적인 온도 상승 때문에 저장된 에너지가 외부로 급격하게 분출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응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온도 관리와 급격히 분출되는 에너지를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다. 이러한 문제는 냉각과 침수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기존 화재의 영역에서 고정된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멀리해야 한다. 열폭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 잘못된 신념은 리스크를 크게 만들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정확한 진단이 돼야 해결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지퍼백과 같은 현실성 떨어지는 대책이 아닌 해당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장·단기 과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강경석 구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방장·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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