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조합원 분양가로 내쫓길 상황에 놓였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무실을 집단 방문한 수진1구역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이 항의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3.8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과다한 조합원 분양가로 내쫓길 상황에 놓였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무실을 집단 방문한 수진1구역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이 항의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3.8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수백명 사무실 찾아가 집단 항의

만약 사태 대비 경찰기동대 출동

주민대표회의 9개 사항 요구

고도제한(건축규제) 문제도 포함돼

현장서 연판장·진통 확산 조짐

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과다한 조합원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주거환경 개선은커녕 내쫓길 상황에 놓였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주민 수백명은 8일 LH 경기본부 보상팀이 있는 분당 야탑동 소재 사무실을 집단 방문해 크게 7가지 사항을 요구하면서 ‘이럴 거면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 등 성토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기동대가 출동·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8일 성남시·LH·지역민 등에 따르면 수정구 수진동 963번지 일원의 수진1구역은 26만1천831㎡ 부지에 공동주택 59개동 4천844세대와 오피스텔 216세대 규모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LH이며 지난해 말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난 상태다.

집단 반발은 지난달 말 LH가 원주민(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신청 안내문을 배포하면서 불거졌다. 주민들은 분양가가 전용 59㎡의 경우 LH가 2020년 시행한 산성역 자이푸르지오 대비 176%에 이르는 등 성남시 타 정비구역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추산한 조합원 분양가격은 59㎡의 경우 7억9천896만원에 이른다.

반면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낮게 책정돼 59㎡ 토지를 제공한 조합원이 동일 면적 아파트 입주를 위해서는 3억4천만원가량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상식을 초월한 분양가를 아무도 모르게 책정해 지난달 말에야 공개한 뒤 곧바로 신청을 하라고 한다”며 “수진1구역은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원주민 어르신들의 경우는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실 여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분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내 땅 팔고 빨리 나가라는 말이냐”, “재개발을 하지 말자”, “분양신청을 보이콧하자”, “LH가 장사하려 한다”는 등이 비판을 쏟아냈다. 또 성남시에 대해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LH의 형태를 방관해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조합원 분양가 75% 수준으로 인하 및 분양신청(5월12일~6월20일)일정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및 평형 재조정 ▲감정평가 재실시 ▲평면도의 배치도의 전면 수정 등을 LH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공군과 성남시에 대한 요구사항이라며 ‘사업성 하락 요인인 고도제한 기준 변경’도 제시했다. 수진1구역은 군공항인 서울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건축규제)으로 15층까지만 가능하며 일부 동은 추가 제한까지 더해져 13층으로 설계됐다. 고도제한는 인근 재개발 지역인 신흥1구역에서도 불거진 상태(4월25일자 6면 보도=계엄·탄핵 여파… 성남 고도제한 완화 한발도 못 나가 ‘난항’)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자리에서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법률적인 면 등을 검토해 보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전향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석 주민들은 LH와 주민대표회의를 믿을 수 없다며 현장에서 분양신청 연기 및 총회 소집 연판장을 돌려 수진1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진통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