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4시30분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단일화 논의를 위한 두 번째 담판을 벌였으나 특별한 합의 없이 토론이 마무리됐다. 전날 첫 담판이 결렬된 지 하루 만이다. 그러나 양측 회동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날 회동은 김 후보가 제안했고, 이를 한 후보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고, 두 후보는 1시간여 동안 자기 입장만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두 후보는 모두발언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첫 회동과 달리 이번 회동의 모든 과정을 야외 녹음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이틀 앞두고 두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절정에 달했다.
한 후보는 본격 대화 이후 “오늘 내일 결판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 명령을 외면하면 우리 둘 다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후보는 “국제질서와 산업경쟁력 약화, 민생경제 파탄 속에 정치권이 단일화도 못하고 갈등만 부추긴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김 후보는 “야권 분열로 무도한 정권에 나라를 넘길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단일화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경선 절차와 당내 규정상 일정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 22차례나 단일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제 와서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은 사실상 단일화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당에서 정하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며“오늘 저녁이든 내일 아침이든 당장 단일화하자”고 재촉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나는 출마 선언 전에도 국가적 위기를 우려해 고민을 거듭했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문제도 단일화가 성사되면 즉각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화가 겉돌자 한 후보는“오늘 여기서 합의를 이끌기는 어려우니 토론을 마치고 제 뜻을 잘 감안해 결정해달라”고 토론 종료를 요구했고, 김 후보는 “그렇게 하자”고 답했다. 다만 김 후보는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현실은 단일화를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제가 정당후보로서 선거운동을 조금 더 하고 그런 속에서 단일화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양측 회동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고 극한 충돌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