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흐르는 클래식의 힘… 위로의 선율, 함께 들으실래요?”

 

‘고급문화’ 편견 깨려 PD·기자 일 활발

생계 지친 이들도 쉽게 접했으면 ‘계기’

친근하게 담은 작곡가·음악 이야기들

올해 신작 집필·동네 서점 오픈 준비도

‘선율 위에 눕다’ 저자 송하백 작가. 2025.4.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선율 위에 눕다’ 저자 송하백 작가. 2025.4.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 선율 위에 눕다┃송하백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52쪽. 1만6천원

음악 에세이집 ‘선율 위에 눕다’를 출간한 송하백 작가는 올해 새책으로 독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출간을 앞두고 집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지난달 말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송 작가는 에디터, PD, 기자 등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를 만난 배경에는 ‘클래식은 고급 문화’라는 편견을 깨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자리한다. 그중에서도 송 작가는 문화예술 전문 매체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일한 일화를 먼저 꺼냈다.

음악을 통해 힘겨웠던 일상을 치유한 경험이 있던 송 작가에게 클래식 기자는 문화예술 전반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는 “한때 우울증을 겪었는데 유튜브에서 우연히 클래식 공연을 본 뒤 좋아하던 것을 되찾고,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굴러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며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음악이 건네는 위로의 힘을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고 3년여간 애정하는 클래식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자부심을 갖고 했던 일이지만 문득 공허함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송 작가는 “클래식 공연 연주자를 인터뷰하고 귀가하던 때였다”며 “거리를 배회하던 할아버지가 무료 급식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문화예술이 삶을 풍족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선 당장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많다는 걸 몸소 느꼈다”고 했다.

이는 송 작가가 에세이집 출간을 결심한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평소 글쓰기를 즐겼던 송 작가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물로 남겨왔다. 이렇게 쓴 글을 한데 모아 국내 출판사 50여곳에 투고한 것.

그중 딱 한곳에서 회신이 왔다. 송 작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소탈한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에세이집을 출간하려했는데, 음악 에세이를 써보는 건 어떠냐는 역제안을 받았다”며 “낯선 분야여서 걱정했는데 출판사에서 오히려 길을 터줘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웃어보였다.

그렇게 출간한 ‘선율 위에 눕다’는 클래식이 일상에 녹아들었던 순간과 음악에 얽힌 작곡가와 연주자의 삶 등 다양한 클래식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낸다. 온라인에서도 책에 대한 호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송 작가는 “책이 누군가의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됐다는 후기를 보면 괜시리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클래식 기자로 일할 때 꿈꿔왔던 것들을 책 한 권을 통해 이뤄가고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집필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기자를 그만뒀던 그는 현재 클래식을 주제로 한 동네 서점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송 작가의 손을 잡고 동네 서점을 함께 다녔던 부모의 마음처럼 이제는 음악을 전공하거나 클래식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송 작가가 예술적 감수성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악보를 대여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읽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늘 서점에 데려가 책을 보여줬어요. 서점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렇게 컸으니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베풀고 싶어요.”

경인일보는 경기지역에서 펼쳐지는 주요 클래식 공연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는 개막 예정인 공연 중 볼만한 작품을 엄선해 송 작가와 함께 프리뷰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