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자녀 관련 항소심 13일 예정

전문가 “판단기준 명확히 세워야”

교실에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된 주호민 사건 2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이번 판결이 만연해진 교실 내 녹음 행위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증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앞서 1심은 특수교사 A씨 대한 아동학대 등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단했다. 이는 유사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교실 내 녹음 행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례와 달리 1심 재판부는 녹음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정황 확인’이라는 목적으로 ‘CCTV가 없고 방어능력과 표현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모인 맞춤학습실에서 일어난 일은 녹음 외에 학대 정황 밝혀내고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교실 내 몰래 녹음에 대한 상이한 법원 판단이 내려지는 사이 교실 현장에는 이미 녹음·녹취 행위가 스며들었다. 지난해 3월 새학기에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 접수된 녹음기 발견 사례만 50여건(2024년4월3일자 2면 보도)에 달했고, 올해 대전에서 초등생이 교사에게 피살된 사건에서 피해 학생 휴대폰에 현장의 소리가 들리는 앱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앱의 인기가 급증하기도 했다.

[경인 Pick] 가방속 녹음기 50건… 특수교사들 억장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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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엔딩'까지… 책임자 없었던 나날들) 이후, 올해 새학기 개학 이후 한달여 동안 전국 특수교실에서 아이에게 녹음기가 발견되는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열악한 특수교육 현실은 뒤로한 채 녹음 갈등만 부각된 결과, 상호 간 '신뢰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교사들은 정부가 특수교사 개인에게 독박 씌우는 현실은 여전하다며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2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하 특수교사노조)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개학 이후 최근까지 특수교사노조에 접수된 녹음기 발견 사례만 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에서 접수된 한 사례는 장애아동 옷자락에 꿰매어 숨겨진 녹음기가 발견되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20여일 동안 반복적으로 아이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최근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소 사건에서 법원이 녹음본을 증거로 채택한 영향이라고 특수교사들은 주장한다. 법원은 앞서 지난 2월 녹음본에 아동학대 정황이 담겨 고소를 당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1심에서 벌금 200만원형의 선고유예를 판결하며 녹음의 증거능력을 적법한 증거로 인정했다.이에 특수교사노조는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특수교육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교실이 자기방어에 급급한 현장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해 '교권 논란' 이후 약속한 특수학급 인력 지원이나 행동중재 매뉴얼 마련 등이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아 모든 책임이 여전히 특수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애학생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황별 특수교사 지원 절차, 전문인력 현장 배치, 학부모 지원 역량 강화안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이 참고용에
https://www.kyeongin.com/article/1685619

박도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최근엔 실시간으로 교실 상황을 듣고 녹음할 수 있는 앱을 학생들이 핸드폰이나 스마트워치에 다운받는 상황에 대한 교사들의 불안감이 높다”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 이외에도 유치원 등 저연령에서도 녹음기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교실 내 불법녹음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권전담변호사로 활동했던 A씨는 “이미 교실 내 녹음행위가 일반화 됐다는 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예외로 인정했던 자기방어가 어려운 학생이나 아동학대 정황 확인을 위한 녹음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