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9시 44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한 제지공장의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5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5.4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9시 44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한 제지공장의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5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5.4 /연합뉴스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 중 노동자들이 질식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비교적 예방 가능한 이런 후진적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사업장의 안전조치 강화와 함께 위험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전북 전주의 한 제지 공장에서 맨홀 등 청소 작업하던 40대 A씨 등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당시 A씨가 홀로 종이 찌꺼기(슬러지) 등이 쌓여 있는 3m 깊이 맨홀에 들어가 작업 중이었는데, 동료들이 기척이 없던 A씨를 구하려다 추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사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인지역에서도 유독가스 등 위험물질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안산의 한 공장에서 금속을 녹이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유독가스를 흡입해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지난 3월 11일에는 시흥의 한 공장에서 세정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장시간 에탄올 냄새에 노출돼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겪기도 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관내 화학가스 누출로 인한 119출동 건수도 8건(2022년), 10건(2023년), 16건(2024년)으로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인천 현대제철 인천공장 폐수처리장 저류조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작업했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칙은 밀폐공간에서 작업 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적정 공기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환기를 시키거나 노동자에게 송기마스크 혹은 방독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주 등은 밀폐공간 작업에 나서기 전, 유해·위험 요인 관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 시행이 적정한지 여부를 확인해 허가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 현장에서는 이런 절차들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생략돼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김두형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작업자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지 않게 하거나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사업장 지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질식사고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일용직 노동자인 점을 보면 사업주가 책임을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적으로 해소돼야 하고, 노동당국은 사고 위험이 큰 사업장 대상으로 철저한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