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김문수, 전직 지사 격돌… ‘잠룡들의 무덤’ 오명 씻나
민선 체제서 7명 중 6명 대권 도전
이인제·손학규·남경필 등 대부분
당내 경선 문턱이나 본선서 ‘고배’
現 김동연 역시 ‘재수’ 분전 끝 2위
이번 대선은 거대 양당 후보 나란히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를 이끄는 경기도지사는 언제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다. 실제 민선 체제 출범 후 재임한 경기도지사 7명 중 민선 2기 임창열 전 도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권에 도전했다. 그러나 ‘잠룡’은 아직 한 번도 별의 순간을 맞지 못했다. 오죽하면 경기도지사직은 ‘대권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 표 참조

그래서 21대 대선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이재명 전 지사와 김문수 전 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각각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전직 경기도지사 더비’가 성사돼서다. 첫 민선 도지사인 이인제 전 지사부터 현직 김동연 지사까지 30년 가까이 줄기차게 이어져온 ‘대선 도전기’를 풀어본다.
■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 연대기’
경기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민선 1기 이인제 전 지사부터 시작됐다. 이후 대부분의 도지사들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이재명 전 도지사를 제외하고는 본선행 티켓조차 잡지 못했다.
‘퍼스트 펭귄’이었던 이인제 전 지사는 도지사 임기 중이던 1997년 3월 3김 정치의 종식, 젊은 일꾼론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력 주자인 이회창 전 신한국당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고, 탈당 후 도지사직을 던지며 독자적인 대권 가도에 돌입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 3기 도지사에 당선된 손학규 전 지사는 임기를 모두 채운 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바꿔 도지사 재선이 아닌 대선 도전을 선택했다. 그러나 경선에선 낙선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대선에 도전했지만 각각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밀려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민선 4·5기를 연임한 김문수 전 지사는 굳건한 ‘박근혜 대세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째 지사 임기 중이었던 2012년 4월 대권에 도전했지만 대세론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선 6기 남경필 전 지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새누리당 탈당 후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이후 임기 중이던 2017년 1월 대권에 도전했다. 그러나 경선 경쟁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꺾진 못했다.
이미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선에 한 차례 도전했던 민선 7기 이재명 도지사는 임기 도중인 2021년 7월 대선 ‘재수’에 나섰다. 특유의 추진력과 강한 개혁성을 앞세웠던 그는 역대 도지사 중 처음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현직 도지사인 김동연 지사 역시 대선 ‘재수’에 나선 경우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 지사는 창당을 통해 202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택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민선 8기 도지사에 당선됐고, 임기 중인 지난 4월 자신의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분위기가 짙어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분전 끝에 2위를 기록했다.
■ ‘전직 경기도지사 더비’ 목전… 첫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 탄생할까.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로 이재명·김문수 두 전직 도지사들이 나란히 선출되면서 ‘경기도지사는 대권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정치적 기반지인 경기도(양당 모두 고양 킨텍스에서 후보 선출을 진행했다)에서 나란히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두 전직 도지사를 향한 경기도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이들이 양당의 후보로 거듭난 원동력이라는 반응이 제기됐다.
본선행 티켓을 쥔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이재명 전 지사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으로 사법 리스크를 온전히 벗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됐다. 김문수 전 지사는 아예 후보직 박탈 기로에까지 섰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자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후보를 교체키로 결정했다가, 11일 전 당원 투표에서 교체 안건이 부결되며 극적으로 후보 지위를 되찾았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번번이 ‘잠룡’에 머물러왔다. 6월 3일, 누가 별의 순간을 향해 승천할 수 있을지 주목도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 경기도의 정치적 위상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첫 도지사 출신 대통령 탄생은 목전에 와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