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 주무관입니다.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있어 견적을 받으려 합니다.”
지난달 30일, 수원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을 ‘수원시 소속 주무관’이라고 소개한 B씨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심장제세동기 구매를 이유로 사무용 물품 견적을 요청했고, 통화 후 곧바로 수원시 명의의 ‘물품구매 확약서’ 형식 공문을 A씨에게 보내왔다. 외관상 정식 문서처럼 보였지만 이는 실제 수원시가 발급한 것이 아닌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공문이었다.

B씨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기존에 거래하던 납품업체인 C업체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급한 상황이니 대신 한 번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게다가 B씨는 C업체 대표 명함까지 함께 보내며 A씨가 자연스럽게 대리구매를 하도록 유도했다. A씨가 의심 없이 따르도록 공문서와 실제 거래를 연상케 하는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납품 경험이 풍부했던 A씨는 문서 형식과 요청 내용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A씨는 즉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수원시는 자체 검토를 거쳐 해당 공문이 위조된 문서임을 확인했다. 현재 수원시는 관할서인 수원중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공공기관 사칭형 사기 수법과 유사하다. 실제 관공서나 군부대를 사칭해 공문서를 보내고 “대금은 나중에 정산하겠다”며 가짜 납품업체에 대리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공문서의 신뢰를 악용해 민간 업체로부터 금전이나 물품을 편취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 공무원을 자처하는 사람이 공문 형태 문서를 보내고 물품 구매 요청을 하면 반드시 수원시 홈페이지에서 해당 공무원의 행정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관련 부서에서 신원을 검증해야 한다”며 “수원시는 담당 공무원의 개인 휴대전화로 물품을 주문하거나 납품업체에 대금을 대신 지불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께서는 수원시 공무원을 사칭하고 공문서를 위조해 물품 구매를 요청하는 사기 수법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며 “이런 연락을 받으면 즉시 112에 신고해 피해를 예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