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층 주요 공략대상 부상
진보정당 불출마도 원인중 하나
‘18대’ 박근혜 등 4명 출사표 최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이후 18년 만에 여성 후보 없는 대선으로 치러진다. 대한민국 주요 정당에서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대선 후보 경선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여성 도전자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 주자들은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 정치 지형을 개선하는 과제와 여성 정책을 남성의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 역할도 동시에 안게 됐다.
12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 출마한 7명 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는 한 명도 없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통합진보당 이정희(중도 사퇴), 무소속 김소연, 무소속 김순자 후보 등 여성이 4명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한 여성 후보로 나섰다. 제20대 대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 2명이었다. → 표 참조

여성 후보가 없다는 것은 남성 후보가 여성 유권자를 의식해 경쟁자인 여성 후보를 견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여성 정책도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요 정당 대통령 경선과정에서는 일부 후보가 여성징병제를 내거는 등 오히려 반대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성보다는 2030세대 남성층이 이번 선거에서 주요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원내 진보 정당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불출마한 것도 여성 의제가 줄어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원내 진보 정당에서 유일하게 대선 후보로 나선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지난 9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선이 22일 남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아직 여성 공약 분야에서 이렇다 할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 있다.
반면 여성 정책에 대해 가장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다. 권 후보는 10대 공약 중 여성을 위한 공약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세웠다. 이날 오후에는 ‘여성유권자, 21대 대선을 말하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여성 의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이번 탄핵광장에서 2030 여성들은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였지만, 정작 대선 후보 중 여성후보가 한 명도 없는 점은 큰 문제”라며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문제, 디지털 성범죄 문제 등 중요한 여성 의제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을 후보자 토론이나 언론의 질문 등을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