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박물관이 지역사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46종의 귀중 유물 구입에 나선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부터 일제의 귀족작위를 거부한 민영달의 친필 간찰, 해방 직후 작성된 토지 임대차계약서까지, 이번 구입 예정 유물은 여주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타임캡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일 여주박물관이 공개한 ‘2025년 구입 예정 유물목록’에 따르면 이번에 구입 예정인 유물은 총 46종 178점으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여주지역의 인물사, 생활사, 문화사를 다양하게 망라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유물의 희소성과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84년 발행된 ‘문위우표’로, 조선이 자체 발행한 최초의 우표다. 2.5×3㎝ 크기의 이 작은 유물은 우리나라 근대 우정사업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 근대 우편제도의 창시자이자 갑신정변의 주역인 홍영식(1855~1884)의 묘가 여주시 흥천면 문장리에 위치해 있어 지역사적 의미도 크다. 5점이 한 세트로 구입 예정인 이 문위우표는 국내 유통량이 극히 적어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일제강점기 여주의 모습을 담은 ‘침향목 사진엽서’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여주 한강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각자료로, 지역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한말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일제의 귀족작위를 거부한 민영달 간찰’ 3점은 일제가 제공한 작위를 거부한 조선 양반의 기개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민영달(1859~1924)은 흥선대원군의 사위이자 대한제국 고위 관료로, 일제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조를 지켰던 인물이다.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에 작성된 토지 임대차계약서 52점은 사회·경제적 혼란기에 여주지역의 토지 거래 실태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료로, 근현대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 양반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양부원군 민유중 친필 간찰첩’ 12점, 근대교육의 모습을 담은 ‘여주 가남 심상소학교 졸업기념 사진첩’(1939), 1960~1970년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민방위대장 특별교육교재’ 등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구입 예정인 유물들은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라 여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물”이라며 “유물 확보 후에는 체계적인 보존작업과 함께 특별전시, 학술연구자료로 활용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