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분리조치에도 주소 알아내 범행

스마트워치 손목 아닌 가방에 있어 신고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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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살해하고 남성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탄 살해 사건이 납치·감금을 동반한 계획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주거지 분리 조치 후에도 피의자가 주소를 알아내는 등 분리조치의 사각지대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 A씨가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납치와 감금 등을 통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3월 3일 분리조치됐다.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고 있다”는 B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 안전조치와 접근금지, 스마트워치 등 긴급안전조치를 취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7년 전부터 함께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였다.

당시 B씨는 “피해자 임시숙소 대신 지인의 아파트에 거주하겠다”고 경찰에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B씨는 A씨 아파트로부터 6km 떨어진 동탄신도시 내의 한 지인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A씨는 분리조치된 B씨의 임시 거처 주소를 알아내 지난 12일 오전 10시 19분께 피해자를 납치했다.

렌트카를 빌린 A씨가 해당 아파트단지 앞에 기다리다 외출하는 B씨를 제압해 차에 강제로 태웠다. 도망갈 수 없도록 케이블타이로 B씨의 손을 묶어 입을 청테이프로 막고 얼굴도 두건으로 씌워 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동거한 피의자의 아파트단지로 이동한 뒤 차량에 내려 이동하던 중 B씨는 도망쳤고, 쫓아간 A씨는 흉기로 그를 수차례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후 자택으로 달아났고, 오전 11시 35분께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계획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서는 그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A씨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할 말들을 예약문자 형태로 범행 후 숨진 뒤인 이날 발송하겠다고 유서에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 역시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 사건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친 신고 이력과 스마트워치가 있었음에도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B씨는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그리고 이번 범행 직전인 3월 3일 등 총 세 차례 피의자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세번의 신고 모두 폭행과 관련된 사안이다.

첫번째 신고 당시 경찰은 연인 사이에 벌어진 교제폭력 사건으로 보고, A씨와 B씨를 분리한 뒤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사건 이튿날 B씨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해자 안전조치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두번째 신고 역시 단순 말다툼 사건인 데다 폭행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종결했다.

세번째 신고에선 A씨와 B씨의 경찰에 의해 분리조치가 이뤄지고,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됐지만 범행까지 이어졌다.

사건 당시 B씨는 받은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찬 상태가 아닌 가방 속에 넣어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스마트워치가 정상 작동하는 점에 미뤄 B씨가 미처 스마트워치를 통한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리조치 역시 매주 한차례 이상의 모니터링이 진행돼 지난 8일까지 안전이 확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주소지를 알아낸 방법에 대해 휴대폰과 PC 등 포렌식 작업을 통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범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의 사망으로 인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