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아닌 사회복귀… 성매매 여성 지원 체계 강화를”
인천 최대 집결지 주변 상담소 설치
심리상담·법률·의료서비스 등 제공
국가에 도움 요청하도록 토대 마련

“성매매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언제든 상담소를 찾아오세요.”
인천 유일 탈성매매 지원기관인 (사)인권희망 강강술래는 여성들의 탈성매매와 원활한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후 인권희망 강강술래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인천 최대 성매매 집결지인 ‘옐로우하우스’ 주변에 상담소를 설치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도왔다.
현재 인권희망 강강술래는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심리상담과 법률·의료 서비스 지원, 사회복귀 프로그램과 최장 2년6개월 머무를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인권희망 강강술래 이정은 대표는 “최근엔 성구매자나 업소 관계자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그동안 쓴 사채 등을 내놓으라고 민사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며 “또 우울증, 해리성 정체성 장애 등 정신 질환을 오래 앓아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져 치료가 필요한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왜 성매매 여성을 도와야 하느냐’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종사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섰으니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해 막대한 돈을 벌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며 “지난 17년 동안 수천명의 성매매 여성들을 만났지만 이들 중 성매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등으로 집에서 도망쳐 나온 뒤 경제적 어려움에 성매매 산업에 발을 들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인천 미추홀구 옐로우하우스가 폐쇄되는 등 집창촌 형태로 있던 성매매 업소가 사라진 대신, 미용실이나 마사지숍 등으로 가장한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조건 만남, 스폰 등 개인간 성매매도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성매매 여성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도 성구매자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권희망 강강술래 등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성구매자와 알선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 성매매 산업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선 성매매 여성들이 그 산업에서 탈출하고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성들을 처벌하는 조항이 남아 있다면 성매매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