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아이바다패스’ 부작용

 

1년새 이용률 타 시·도민 45% 증가

‘주민 할당표’ 부족·수기 예약 불만

차도선엔 ‘우선 선적 혜택’도 없어

쓰레기 ↑·불법 채취 등 곳곳 몸살

13일 인천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관광객과 섬주민들이 여객선 승선권을 구매하고 있다. 2025.5.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3일 인천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관광객과 섬주민들이 여객선 승선권을 구매하고 있다. 2025.5.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버스요금 수준으로 내려간 인천 여객선 푯값으로 섬 방문객이 급증했지만, 정작 섬 주민들은 배표를 구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인천 25개(옹진군 20개·강화군 5개) 섬의 여객선 요금을 지원하는 ‘아이바다패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인천 섬 주민에게만 적용됐던 ‘1천500원’ 여객선 요금을 인천시민 전체로 확대하고 타 시·도민과 출향민, 군장병 면회객에게 정규 푯값의 70% 할인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푯값이 싸지면서 올해 인천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지만, 표를 구하기 어려워진 섬 주민들은 울상이다.

아이바다패스가 적용된 올해 1~3월 인천 여객항로 이용객 현황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타 시·도민’ 45%(5천201명→7천533명), ‘인천시민’ 11%(7만8천266명→8만6천849명, 섬 주민 제외), ‘출향민’ 3%(8만7천616명→8만9천911명)씩 증가했다. 반면 ‘섬 주민’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9%(12만9천553명→11만7천829명) 줄었다. 이 기간 섬 주민의 여객선 이용 감소는 관광객이 많은 백령도(-17%), 덕적도(-13%), 이작도(-10%) 등에 집중됐다. → 그래프 참조

급기야 연중 섬 방문객이 가장 많은 이달부터는 백령항로에 여객선이 1대 추가됐다. 당초 인천에서 백령도를 가는 여객선은 오전과 오후에 각 1대다. 주민과 관광객이 선호하는 오전 첫 배의 매진이 이어지자 비슷한 시간대에 대체 여객선을 투입했다. 하지만 대체 여객선도 토요일 예약 기준 잔여석이 이번 주(17일) 20여석, 다음 주(24일) 10여석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 주민 할당 표 수량 부족…쓰레기 늘고, 임산물 불법 채취까지

옹진군은 선사와 협의해 섬 주민 전용 할당 표를 40~60석씩 배정하고 있지만, 섬 주민들은 그 수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뱃길로 편도 4시간에 달하는 백령도는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 잦고 입·출도객이 몰리는 상황이 많아 배표 부족 현상이 다른 섬보다 심각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심효신(62·백령면)씨는 “주민 할당 표는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하다. 새벽에 나가 배표 구입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어도 표를 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매표소에 가도 주민 할당 표가 정확히 몇 개 남았는지 공개되지 않고 배마다 몇 장의 표가 주민을 위해 제공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다른 섬인 덕적도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객선에 주민 전용 할당 표가 있지만 차도선은 섬 주민 차량에 대한 우선 선적 혜택이 없다. 목포나 군산 등에서 ‘도서주민 차량 우선 선적 할당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권순학 덕적면 주민자치회장은 “장사를 위해 차량을 옮겨야 하는 주민도 있는데 관광객 차량이 늘면서 배에 선적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배표 부족 현상과 함께 다른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폐기물 처리가 쉽지 않은 섬에서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양이 증가했고, 최근에는 전력량이 충분치 못한 굴업도에 관광객이 몰려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일부 관광객이 섬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일이 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자 옹진군이 집중 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의명(민, 백령·대청면) 옹진군의회 의장은 “여객터미널에 섬 주민 전용 창구를 만들어 주민 할당표 현황을 실시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섬 주민 할당 표 역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의회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섬 주민 이동권 확보를 위한 조례 발의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섬해양정책과 관계자는 “아이바다패스의 긍정적 역할을 키우고 부정적 부분은 줄일 수 있도록 옹진군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