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사태’ 근본해법 없이 혼란만

수요 대거 몰려 물량 확보 어려움

매장서 ‘재설정’ 임시방편 안내로

재설정시 교체 예약 명단서 제외

수원시내 한 SKT 직영점 매장에 유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5.14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수원시내 한 SKT 직영점 매장에 유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5.14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SK텔레콤(SKT) 유심(USIM) 해킹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유심 교체 대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술적 방편만 연일 제시되면서 가입자들이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유심재설정·패스(PASS) 앱을 통한 명의도용방지 등 종류가 많아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유심교체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14일 오전 수원시에 있는 한 T월드 매장. 유심 교체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더라도 매장 방문시 유심 재설정이 가능했다.

유심 재설정이란 해킹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난 12일 SKT가 내놓은 한 방편이다. 유심 교체 없이 사이버 침해 사고와 관련된 사용자 식별 및 인증 정보 일부만 재설정, 통신사와 연결되는 핵심 정보를 새로 설정해 유심 복제 등 불법행위 방지 효과가 있다는 게 SKT 설명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단말기 내 유심을 뺀 뒤 손바닥만한 크기 리더기에 넣으면 인증 및 식별 정보가 변경된다. 5분정도 소요된다. 티머니·금융인증서·연락처·PASS 앱 등을 별도로 백업하거나 재발급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매장 방문이 필수다. 또 유심을 재설정할 경우 유심 교체 예약자 명단에서 제외된다. 향후 1회에 한해 유심 교체는 가능하나 교체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T월드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유심 교체 예약분을 이제야 처리 중”이라며 “유심보호서비스 신청만으로도 복제 방지효과가 있지만 불안해하시는 분들에겐 재설정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SKT는 지난달 28일부터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을 받고 있는데 수요가 대거 몰리기 이전 물량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재설정을 통해 유심 교체 수요 해소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가입자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T 장기 이용자 A씨(34)는 “사태 인식 이후 유심보호서비스,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엠세이퍼’ 가입까지 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라며 “유심 교체를 완료해야 그나마 안심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SKT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쉽고 안전한 유심 재설정 안내’ 영상에는 “식별코드 말고 인증키도 변경되는 게 맞냐”, “위약금 면제와 동일한 조건의 대안을 가져와라” 등 유심 재설정 또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SKT는 “유심보호서비스만으로 100% 해커 공격을 차단할 수 있다”며 “로밍 이용자를 포함, 가입 가능한 고객 100%가 가입했다”고 밝혔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