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낀 유권자들, 맥 빠진 유세현장

 

선거운동원들 “예전과 다르다”

시민들 “어차피 결과 나온 것”

“투표율 자체 낮을 것” 우려도

‘희망 줄 어젠다’ 정치권 과제

21대 대통령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은 18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부착된 대통령 선거 벽보 앞을 유권자들이 지나고 있다. 2025.5.1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1대 대통령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은 18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부착된 대통령 선거 벽보 앞을 유권자들이 지나고 있다. 2025.5.1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6·3 조기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유권자의 정치 혐오와 냉소가 선거운동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요 정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로 뛰는 운동원들 사이에서도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남은 선거 기간, 유권자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 낮은 투표율을 막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지역위원장은 “최선을 다해 골목골목을 돌고 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며 “지지층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들이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모습이 확연하다. 나뿐 아니라 다른 운동원도 똑같이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표정이 어두운 분들에게 더 정성을 들이려 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만은 없는지 더 오래 묻고 듣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민의힘 쪽에서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이행숙 인천 서구병당협위원장은 “진짜 목숨을 걸고 뛰고 있다. 확실히 예년 선거와 다르다. 지지자들을 제외한 다른 유권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무관심에 가깝다”고 말했다. 선거철 유세 차량이 방송하면 길 가던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지켜보며 이야기를 듣는 유권자가 많았던 것이 그가 경험한 그동안의 선거였다. 이 위원장은 “누가 되든 난 관심 없다. 누가 하든 서민의 삶은 똑같다는 식의 우울감, 무력감이 팽배해 보인다”면서 “이번 대선이 선거 운동을 하는 정치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된다”고 했다.

평소보다 더 허리를 숙이고, 밝은 표정으로 다른 때보다 더 열성적으로 인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에서 유권자와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책이다. 실제 거리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대치가 낮거나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있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진 것 아니냐”면서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투표장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명확한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각 정당이 한판 정책 대결을 벌일 국민적 이슈와 쟁점도 선거판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선거가 축제 분위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율 자체도 낮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담론을 만들고 통합을 이뤄내는 정치권의 모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기우 인하대 명예교수는 “정치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며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역대 최악의 정치 냉소 속 선거로 기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과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귀에 꽂히는 어젠다를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며 “정치가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고 통합을 이끄는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