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왜 보호해야 하나

 

씨앗 퍼뜨려 생물 다양성 유지

경작지 벌레·해충 먹으며 방제

기후 위기 알리는 경종 역할도

최근 각종 개발 등으로 한반도를 찾는 철새가 줄고 있다. 특히 경기도내 주요 철새도래지인 화성시 매향리 갯벌에 ‘블루카본 협력사업’ 일환으로 우후죽순 설치된 말뚝이 도래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화성시 매향리 갯벌에 설치된 말뚝이 도요새 등 철새의 접근을 막고 있다.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근 각종 개발 등으로 한반도를 찾는 철새가 줄고 있다. 특히 경기도내 주요 철새도래지인 화성시 매향리 갯벌에 ‘블루카본 협력사업’ 일환으로 우후죽순 설치된 말뚝이 도래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화성시 매향리 갯벌에 설치된 말뚝이 도요새 등 철새의 접근을 막고 있다.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철새 도래지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인간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나침반’이라 불리는 철새의 가치와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로 환경 외교에 대한 위엄도 높아지면서 도래지 보존의 요구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가 평가한 갯벌 등 연안습지의 연간 평균 가치는 ㏊당 3천919만원이다. 수산물 생산가치가 1천19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철새 도래지 등 서식지 제공 가치(904만원)가 보존 가치(1천26만원) 다음으로 높았다. 수질정화(444만원), 재해예방(173만) 등도 포함됐다.

경기도 대표 도래지인 화성 매향리 갯벌(1천408㏊)은 551억7천952만원, 고양 장항습지(595㏊)는 233억1천805만원의 가치가 매년 발생하는 셈이다.

도래지인 갯벌과 습지의 가치가 고평가되는 건 이곳에서 서식하는 철새의 중요도가 높은 점이 주된 이유다.

철새가 인간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분야는 농업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철새가 이동하며 날개와 몸에 붙은 식물의 씨앗을 퍼뜨려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경작지 속 벌레와 해충도 잡아먹어 방제 역할을 한다.

지역에 기후 위기를 알리는 경종 역할도 한다. 현재 환경 전문가들은 철새의 개체 수나 이동 경로가 변화될 경우 해당 지역에 환경 이상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다. 환경부 산하의 국립생물자원관이 매년 국내 철새 동향을 조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철새가 갖는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호주와 일본 등 22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해 철새 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식지 보존을 위반할 경우 환경 외교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도래지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인구가 지속 늘면서 추가적인 개발 공간이 부족한 경기도 내 지자체들의 고민은 깊다. 이에 전문가들은 철새 서식 환경을 고려해 보존과 개입의 공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건·마주영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