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도래지 보존하면 인간도 재해예방 이익”

전문가들은 철새의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만큼, 도래지 보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래지 인근에 관광지 등이 들어설 경우 철새가 은신을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균형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사인 이한수 이학박사는 인간과 천적에게서 간섭받지 않는 ‘안전한’ 피난처로서 도래지 역할을 역설했다. 이 박사는 철새들이 생태계에 맞는 공간에서 서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다를 제외한 내륙의 습지는 땅이 편평하고 사람이 사는 곳과 가까워 도시 조성과 관광지 개발 압력이 높지만, 철새가 무사히 휴식을 취할 최소한의 환경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뛰어난 비행 능력으로 천적을 피하는 도요새는 탁 트인 땅을 선호하고, 물속에 사는 오리류는 잠수하는 방법으로 천적을 피한다”며 “천적에게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연 도래지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남아 있는 철새를 보호하려면 습지 확대, 먹이터 조성 등 다양한 조치가 필요한데, 모두 인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철새 보호와 습지 보존을 위해서는 적극적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동욱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겸임교수는 도래지가 지닌 경제적 가치를 거론,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새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예방과 정화 등 도래지를 보존할 때 인간이 얻는 이익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일산에 폭우가 왔을 때 물을 흡수하는 습지가 없다면 바로 옆에 있는 자유로로 한강 물이 범람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대규모 둑을 형성해야 한다”며 “습지는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려면 수많은 정화조와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자들 사이에선 철새와 습지 등의 생태계 전체가 주는 혜택이 전 세계 GDP를 기준으로 봤을 때 두배 가까이 된다고 논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다수 국가들도 습지를 보존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마주영·고건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