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장사 안되긴 처음” 최대 관심사는 경제 살리기

 

양당 ‘경제구역 추가 지정’ 힘실어

일자리 확대 가장 시급한 과제 꼽아

민주 “국정운영 잘못 여론” 기대감

국힘 “되레 보수 표심 똘똘” 시각차

강화의 유명 특산물 중 하나인 인삼을 판매하는 인삼센터 내부가 한산하다. 지난 21일 오후에 만난 인삼센터 내 한 상인은 “경기가 역대 최악”이라면서 “요새는 며칠씩 손님 한 명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25.5.21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강화의 유명 특산물 중 하나인 인삼을 판매하는 인삼센터 내부가 한산하다. 지난 21일 오후에 만난 인삼센터 내 한 상인은 “경기가 역대 최악”이라면서 “요새는 며칠씩 손님 한 명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25.5.21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지난 21일 오후 4시께 강화군 강화읍 강화풍물시장은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게를 비워두고 자리를 뜬 상인이 여럿이었다. 예년 같으면 풍물시장 주변은 강화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바로 옆에 강화인삼농협 강화인삼센터도 있고, 난전과 좌판의 맛을 느끼게 하는 전통시장도 붙어 있기 때문이다.

마침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4명의 가게 주인들이 한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나이가 제일 많은 이순희(77) 할머니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었는데, 아직 개시도 못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는 순무김치며 막걸리 같은 강화지역 토산품을 판매한다. 그 옆에 있던 유옥주(76) 할머니는 “요새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를 않는다”면서 “먹는 장사를 하는 우리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 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강화 특산물인 인삼을 판매하는 강화인삼센터 상인들 역시 “경기가 최악”이라면서 비명을 질렀다. 풍물시장 앞에 5일장이 설 때나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몰려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관광객이 오더라도 쓱 둘러보고 화장실만 들렀다가 그냥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 된 적이 없다는 게 인삼센터 상인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인삼 장사만 35년을 했다는 김모(80) 할머니는 “인삼센터 상인 중에는 2~3일간 물건 하나 팔지 못하고 공치는 경우가 최근 들어 자주 있다”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강화읍 풍물시장 옆에 따로 마련된 재래시장.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지난 21일 오후 4시 30분에 만난 상인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을 열어 놓고 있는데 아직까지 물건을 팔지 못해 개시도 못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2025.5.21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강화읍 풍물시장 옆에 따로 마련된 재래시장.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지난 21일 오후 4시 30분에 만난 상인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을 열어 놓고 있는데 아직까지 물건을 팔지 못해 개시도 못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2025.5.21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서민 경기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전통시장 상인이 내다보는 이번 대통령선거 이후 경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강화에서 나는 약초를 판매한다는 백미화(66)씨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경기 흐름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순희 할머니를 비롯한 여럿은 “대선이 끝나면 제발 좀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강화지역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 문제에 맞춰져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핵심 정책도 경제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추진되는 대표적인 강화 관련 경제 정책이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영종~강화 연결도로 건설’이다. 이들 정책에 대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정당은 이들 정책을 모두 대통령선거 강화지역 공약에 포함시켰다. 강화군에서도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영종~강화 연결도로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성사될 경우 강화지역에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원면 냉정리에 사는 주민 이상현(53)씨는 “최근 강화에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가 빈 가게가 늘었다는 것”이라면서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가게가 부쩍 늘었는데, 그 빈 가게 역시 다시 임대가 되지 않고 그냥 계속 빈 곳으로 남아 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강화지역에 일자리를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강화지역 주민들의 정치 성향은 ‘보수 우위’ 흐름이 강하게 유지돼 왔다. 지난 4월 치러진 강화군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50%를 훌쩍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기도 했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기대를 모았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만큼 강화 지역 유권자의 보수색은 짙다.

민주당에서는 그러나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역대 선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잘못으로 인해 경제가 안 좋아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택상 민주당 중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은 “현장에 나가보면 강화지역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느끼게 된다”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계엄으로 인해 경제가 나빠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강화지역 표심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보수 표심이 똘똘 뭉치고 있는 게 눈에 띈다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강화지역 어르신들의 보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어디를 가나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