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끄적끄적… 이래봬도 예술입니다

 

역전시장 카페 음료 제공하고 손님에게 받은 창작물 전시

테무·다이소·이케아 등 5천원 이하 공산품으로 명작 재현

예술을 특정 계층만 즐기는 문화서 탈피… 열린 공간 구현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전에서 만날 수 있는 천근성 작가의 ‘수원역전시장커피’.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전에서 만날 수 있는 천근성 작가의 ‘수원역전시장커피’.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수원역/전시장, 수원/역전/시장’ ‘그림은 못그려도 정말 좋아해요’ ‘행운을 그이에게’

언뜻 보기에 그저 생각나는 대로 끄적인 듯한 글과 그림이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웠다. 종잇조각에 드러난 멋과 개성도 제각각이다.

이 작품은 천근성 작가가 수원 역전시장에 카페를 열고 손님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창작물이다. 천 작가는 약 두달간 일명 수원역전시장커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물은 전시실에 그대로 옮겨졌고, 이는 예술과 일상이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수원시립미술관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미술관의 다양한 시도에 주목한다.

전시를 기획한 장수빈 학예연구사는 “예술을 특정 계층만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미술관이 열린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전시”라며 “한때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 여러 사람이 즐기는 초콜릿과 레모네이드의 이야기가 미술관이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같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위부터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전에서 만날 수 있는 천근성 작가의 ‘수원역전시장프로젝트’결과물.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위부터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전에서 만날 수 있는 천근성 작가의 ‘수원역전시장프로젝트’결과물.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전시에선 총 4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미술관이 갖는 위계와 경직성에 대한 비판 의식을 형상화한 작가들의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남다현 작가의 ‘MoMA from TEMU’는 명작으로 분류된 미술 작품을 테무, 다이소, 이케아 등에서 구한 하나당 5천원 이하인 저가의 공산품으로 재현한다. “현대미술의 가치를 끌어내려보겠다”며 기획한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권위를 얻은 작품에 의도적인 균열을 가한다.

김가람 작가의 ‘분더캄머’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수동적인 역할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관람객들은 대개 도슨트의 설명을 토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기틀을 마련하지만, 김 작가가 풀어낸 분더캄머에는 ‘빈티지’ ‘독서모임’ ‘퍼스널컬러’ 등 관람객의 취향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는 도슨트의 모습이 담긴다.

익숙하게 여겨왔던 소통 방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크리스틴 선 킴 & 토마스 마더의 ‘LOOKY LOOKY’에도 눈길이 간다. 수화는 다같은 손동작이지만 얼굴 표정이 더해질때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런 수화의 다층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비언어적인 표현이 갖는 유연성을 강조한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참여 작가들.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참여 작가들. 2025.5.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이밖에도 ‘모두의 미술관’을 표방한 전시명에 걸맞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전시실 한편 쉬운 글 전시 소개도 마련돼있으니 두루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는 8월24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