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사망 여파

10년간 소속 업체 7차례 바뀐 이도

계약범위 밖 ‘업무’ 정황도 드러나

고용 불안정속 안전시스템 미작동

위험의 외주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현실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 분향소 모습. /경인일보DB
위험의 외주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현실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 분향소 모습. /경인일보DB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고 원인으로 ‘외주화’가 꼽히는 가운데, 경인지역 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인력이 부족한 현장 상황에서 안전 수칙은 형식에 그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내 종합정비동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50)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김씨는 정비 부품 등 공작물을 선반으로 깎는 작업을 하다가 기계 회전축에 옷이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화력에서 한전KPS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으로 경상정비 업무를 맡은 김씨는 태안화력에서 근무한 9년 동안 총 8차례 소속 업체가 바뀌는 등 불안정하게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김용균씨의 사고 이후 또다시 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는 관리감독자와 작업자들이 모여 작업 내용을 논의하고 안전장비를 확인하는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문서를 혼자 작성했다. 서류에 관리감독자의 서명이 있었지만 형식에 그쳤고 사실상 구두로만 업무 지시가 오갔다는 것이다.

한국중부발전 인천 복합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기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씨는 이번 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10년 동안 소속 업체가 7차례 바뀌었다는 그는 최근 동료가 감전 사고를 당한 걸 목격하기도 했다. 혼자 일하던 중 사고를 당한 동료는 현재 손가락을 온전히 펴지 못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본래 전기를 모두 내리고 일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활선’ 상태에서 작업 시작을 위한 준비만 하려다가 사고가 났다”면서 “안전 관련 작업 수칙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장 인력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4명뿐인데, 만연한 인력 부족 상태에서 급박하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개 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6명(중부4·서부1·동서1)은 모두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같은 기간 일하다 다친 부상자 232명 가운데 193명(81.6%)이 하청업체 소속이기도 했다.

조진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팀장은 “사고 당시 김씨가 하던 업무가 계약범위가 아니었던 정황도 드러났는데, 잦은 업체 변경과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서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경상정비 분야 등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라고 강조했다.

한편, 9일 오후에도 태안화력발전소 내부에서 전기케이블 작업 중이던 A(56)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또 다시 발생한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