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전문화재연구원의 영역을 매장문화재와 연관한 전통문화 연구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올해 말 발간할 '한성백제 총서'는 고고학, 역사문헌학, 민속학 등을 망라해 한성백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게 되지요.”

개발수요가 많은 도내 곳곳의 지표조사와 발굴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전문화재연구원(이하 기문원)은 경기문화재단의 부설기관이긴 하지만 업무적으론 독립적 성격을 띠고 있다. 설립시부터 기문원을 이끌어 국내 굴지의 발굴조사기관으로 키워온 장경호(69) 원장은 “기관의 성격상 새로운 계획이 나오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 비전 속에서 발전 전망을 피력했다.

“직원들이 흙먼지 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일이 많은 편이에요. 지난해 발굴·지표조사가 무려 62건에 달했고, 그중 47건이 발굴조사였습니다. 이에따라 출토 유물을 정리하고 복원, 보존하는 일도 방대합니다. 인원 충원이 필요하지요. 장기적으론 유물을 보관하고 보존처리할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올해는 건물 지을 땅을 장만하려고 해요. 지난해 흑자분 12억원을 포함해 15억원의 예산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발굴조사 중에선 국내 처음이자 동양에서도 희귀한 흑연덩어리가 출토된 남양주 호평지구의 구석기 유적이 특기할 만하다는 장 원장은 토지공사와 한라개발이 적극 협조해 중요 토층을 비롯해 일대 2천여평을 보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에 따르면 경기도는 구석기 유적이 북부 연천전곡리에서 남부 광주삼리까지 내려오고 있고, 한성백제의 산성과 유물이 전역에 퍼져있으며 고구려뿐 아니라 고려의 중심지로서 중요성이 높은 곳이다. 그래서 한성백제에 이어 고려 문화도 깊이있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계속사업 중에선 양주 회암사지와 여주 고달사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회암사지는 경주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와 동등한 중요도를 갖고 있는 세계적 유적지라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문원의 독립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타 기관의 부러움을 산 국내 최고 수준의 보존처리 설비 구입은 경기문화재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는 경기도를 벗어날 수 없는 제약이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전체를 커버하려면 문화재청 등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최근 4번째 저서 '아름다운 백제 건축'(도서출판 주류성)을 펴낸 장 원장은 “문화재는 지역 개념을 떠나 국가와 국민 모두의 자산”이라면서 문화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