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포도(葡萄)라는 한자 이름도 `보도우'라는 우즈베키스탄어에서 유래했다고 짐작된다.
신석기 시대부터 과일 구실을 했던 포도는 메소포타미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포도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전한(前漢) 시대인 BC 2세기초 서역정벌에 나섰던 장건(張騫)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인지, 고려 초인지 확실치 않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개량된 포도는 약 100년전부터 본격 재배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포도는 생명력과 희생의 상징이다. 포도나무는 잡초조차 자라기 어려운 메마른 땅에서도 송글송글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척박한 지역들이 유명 포도주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포도주는 고귀하고 거룩한 대속(代贖)의 피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도가 부귀와 다산, 특히 다남(多男)을 뜻했다. 생김생김이 자손 번창하는 집안을 연상시키는 탓이다.
포도덩굴을 뜻하는 `만대(蔓帶)'가 발음이 같은 `萬代'와 상통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조선백자나 그림 속에 표현된 포도도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신사임당(申師任堂)과 황집중(黃執中)은 포도 그림을 잘 그리기로 이름 높았다.
포도를 소재 삼은 시(詩)도 많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들 수 있도록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달라고 기도했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달·포도·잎사귀)고 노래한 시인은 장만영(張萬榮)이다.
이육사(李陸史)는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있는' 청포도를 못내 그리워했다.
안성시가 오는 9월1일부터 1주일 동안 `안성포도 100년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안성이 손꼽히는 포도산지가 된 것은 공베르 신부 덕분(본보 8월19일자 9면 참조)이다.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 안성 땅에 천주교와 포도를 처음 소개한 그의 헌신과 희생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
楊 勳 道 <문화체육부장>문화체육부장>
포도익는 계절
입력 2000-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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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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