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20세기) 후진국 독재자들 치고 부정부패 사슬에서 자유로운 인
물은 지극히 드물다. 장기독재 끝에 지난 1986년 2월혁명으로 권좌에서 쫓
겨난 필리핀의 마르코스 전대통령을 비롯, 1998년 폭동으로 물러난 인도네
시아의 수하르토 전대통령, 18년 철권통치 끝에 1991년 물러난 칠레의 피노
체트 전대통령, 지난 해 쫓기다시피 망명길에 오른 후 축출된 페루의 후지
모리 전대통령 등등…. 그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유린과 장기
독재자로도 유명하지만, 집권기간 거액의 공금횡령 유용 등 부정축재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부정부패 지도자라면 뭐니 뭐니 해도 중남미 국가들 만큼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곳도 또 없을성 싶다. 며칠 전 무기밀매 혐의로 전격 체포
된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차라리 중남미 지도자들의 기나 긴 부정부
패 사슬 중 한 고리에 불과하다. 지난 1992년 탄핵위기에 몰리자 자진 중도
사퇴한 데 멜로 전 브라질 대통령, 1995년 5월 독직사건으로 물러난 페레
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1994년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권좌에서 쫓겨나
망명생활을 하는 코르타리 전 멕시코 대통령, 마약조직으로 부터 유입된 검
은 돈을 활용했다는 샴페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거의 10명에 가까운 인
물들이 수십년간 부정축재에 앞장서왔다.
그래도 그들중 사법제재를 받은 인물은 도미니카의 불랑코 전대통령(징
역 10년), 에콰도르의 알라르콘 전대통령(징역 4월), 베네수엘라의 페레스
전대통령(징역 2년4월) 등 고작 4명 뿐이다. 각국 정부와 사법당국의 어지
간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전 정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일이 여간 어렵
지 않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하겠다. 하기야 그 오랜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역사 바로세우기’에 그토록 심혈을 쏟았던 우리나라에서도 결코 쉽지 않
았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부질없이 과거에
만 집착하기 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일에 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
도 모르겠다. 단지 그런 인물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박>
건영(논설위원)>박>
권좌와 부정부패
입력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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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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