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어머니날(5월 12일)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제(6월17일)가 바
로 아버지날이다. 스미토모(住友)생명보험회사가 아버지날을 맞아 관심 끄
는 앙케트 조사를 했다. '만약 아버지를 한 글자의 한자로 표현 한다면'이
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띄운 것이다. 그 결과 자그마치 1만7천명의 네티즌
이 응답한 톱 글자는 단연 '優'였다. 2위는 일을 뜻하는 동, 3위는 大, 그
리고 酒→力→尊→强→嚴순이었다.
1위의 '優'는 '뛰어날 우'자다. '秀勝'이 아닌 '優勝'의, '秀優'가 아닌 '
優秀'의 그 '우'자에다 秀, 優, 良, 可로 성적을 매길 때의 그 '우'자다.
우량, 우월, 우위 등의 '우'자, 명배우 명우의 '우'자, 3천년에 한 번 꽃
이 핀다는 우담화(優曇華)의 '우'자에다 넉넉, 충분, 우아, 고상, 인자, 후
함, 여유, 이상적 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그런 '優' 아버지 상(像)의 일
본 아버지들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이번 아버지날을 맞아 LA의 일본 아
버지들이 모임을 결성, 아버지날 선물에 대한 불평 시위를 한 것 또한 '즐
거운 비명'일 것이다. 즉 어머니날의 어머니들은 고급 식당이나 에스테틱
살롱(전신 미용원)에 초대하면서 아버지날의 아버지들에겐 넥타이, 양말,
팬츠 등 만을 주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와 맞먹는 중대 문제라는 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우리 청소년들에겐 그런 조사조차 불가능 하겠지만 만약에
가능하다면 어떤 글자들이 아버지 상으로 비쳐질 것인가. 요즘 시위에 바
쁜 아버지들의 붉은 머리띠인 '赤'이나 파업의 '罷'자, 노사의 '勞'와 '
使'자, 결사 투쟁의 '死'와 '鬪'자, 그리고 온갖 어려움에 부닥치는 '
難'자 같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목덜미 項(항)자나
목 頸(경)자거나. 이미 1980년대 미국의 아버지가 출연한 기저귀 광고나 아
이의 이를 닦아 주는 치약 광고의 아버지에서 떠오르는 육아의 兒, 부엌의
廚(주)자쯤은 차라리 애교다. 일본의 아버지 상인 優 동 大 力 尊 强 嚴 등
이 부럽기만 하다. <오동환(논설위원)>오동환(논설위원)>
아버지 像
입력 2001-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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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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