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영웅과 현대적인 영웅이 있다. 전자가 알렉산더 대왕, 진시황,
칭기즈칸, 나폴레옹 등 국가적 민족적 영웅이라면 후자는 영화 배우, TV 탤
런트, 가수, 코미디언, 운동 선수 등 대중의 영웅이다. 대중가수만 들어 보
자. 77년 사망한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는 로큰롤의 제왕을 넘어 민중
의 왕 메시아였다'는 주장의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엘비스는 자신이 바로
재림한 예수라고 친구들에게 털어놓았다'고 그 책 '2명의 왕' 저자는 주장
했다. 혼혈 가수 마이클 잭슨도 96년 9월7일의 체코 공연 며칠 전 프라하
의 스탈린 동상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그의 동상이 세워질 정도였고 이
름도 '성스런' 마돈나의 인기 역시 하늘 자락에 닿아 있다.
 한국계 일본 가수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는 어떤가. 89년 그녀가 사
망했을 때 5개 TV가 장례식을 생중계할 정도였다. 중국의 인기 여가수 등여
군(鄧麗君)을 일컫는 유명한 말도 유행했다. '두 사람의 등씨가 중국 대륙
을 지배하고 있다. 낮에는 등소평, 밤에는 등여군이다'. 요즘 추모 열풍이
불고 있는 프랑스의 짐 모리스만 해도 그가 묻힌 묘지 페르 라셰즈가 그의
진가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몰리에르, 발자크, 아폴리네르, 모딜리아니, 쇼
팽, 이사도라 던컨, 에디트 피아프가 묻혀 있는 그 묘지는 또 다른 위인 묘
지 팡테옹에 버금가는 성지가 아닌가.
 영국이 '내셔널 애셋(국가적 보배)'으로 여기는 비틀즈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바로 그 비틀즈가 탄생시킨 영국 리버풀시(市)의 리버풀 공항이 내년
부터 존 레논의 이름을 딴 '리버풀 존 레논 공항'으로 개명돼 영국의 첫 인
명 공항이 탄생하는가 하면 미국의 뉴올리언스 공항이 8월부터 '루이 암스
트롱 뉴올리언스 공항'으로 개명된다는 것은 문화적인 충격이 아닐 수 없
다. 우리에게 대중 가수 이름을 딴 공항 이름이 아직은 언감생심이라면 광
개토대왕의 '광개토 공항'이나 '세종 공항' 등 인명 공항이 하나쯤은 있어
야 하는 게 아닐까.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