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도 무섭지만 벼락도 무섭다. 벼락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 제우
스가 악을 징벌하는 무기다. 인도 베다 신화의 벼락의 신 인타라(因陀羅)
의 가장 무서운 무기도 벼락이다. '이 벼락을 맞을 ×아!' 따위 욕설처럼
벼락은 악마에 대한 신의 응징인지도 모른다. 95년 5월18일 미국의 밥 팩우
드 상원의원 사무실에 벼락이 떨어지자 '17명의 여성을 성희롱한 혐의로 받
은 하늘의 징벌'이라는 등 구설수에 오른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93년 5월 아빠와 함께 볼티모어의 엄마 무덤을 찾
았다가 아빠마저 벼락으로 숨진 조이라는 미국 소년의 경우는 어떤가. 마르
틴 루터는 왜 1505년 7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에 들어가다가 벼락을 만났
고 93년 7월19일 러시아의 소 111마리가 벼락으로 불타 죽은 까닭은 무엇인
가.
 소나기구름이 급상승, 세찬 빗방울과 마찰을 일으켜 엄청난 정전기를 일
으킬 때 발생하는 벼락은 그 구름 밑의 전압이 1억V를 넘고 번개 둘레의 온
도만도 태양 표면 온도의 3배에 가까운 1만7천도를 넘는다. 그런 벼락이 매
년 평균 160명의 짐바브웨인과 150명의 미국인을 저승으로 데려간다. 무소
불타(無所不打)다. 96년 7월23일엔 버킹엄궁 영국 여왕의 가든 파티장에 떨
어졌고 같은 해 10월17일엔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탄 여객기를 가격해 비
상착륙시켰다. 무엄하게도 우리의 청와대 구내에 떨어진 것은 97년 5월30
일 이었고 90년 11월에도 청와대 경내에 떨어졌다. 더욱 만만한 것은 파리
에펠탑(92년 6월)이나 서울 타워(〃) 등 뾰족탑이다.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와 함께 전국적인 벼락 피해 또한 심하다. 인명
피해는 물론 부산 산업단지의 낙뢰로 400여 업체가 일손을 놓아 수백억원
의 손해도 보았다고 한다. 지난 6일 일본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 5
번 연속 떨어진 벼락을 연상케 하는 무서운 일이다. 뾰족한 수든 뭉툭한 수
든 벼락을 막는 무슨 수는 없는 것인가.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