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프리섬의 벌칙금은 혹독하다. 관광객이 경치에 취해 멈춰선
채 두리번 거리다간 '교통체증 유발죄'로 625달러(약 82만원)나 물어야 한
다. 파리 지하철 낙서 벌칙금 50만프랑(약 8천650만원)은 벌어진 입이 다물
어지지 않는다. 파리시 공공시설 낙서를 지우는 데만 연간 1억4천만프랑
(약 240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clean(청결)과 green(녹색)의 도시국가, 숱
한 벌칙금(fine)과 깨끗한(fine) 환경으로 '파인 컨트리'라 불리는 싱가포
르의 껌 전장(戰場)엘 가 봐도 놀란다. 지하철 등에서 껌을 갖고만 있어도
처벌을 받는다. 껌을 수입하다 적발되면 6천달러(약 780만원), 팔다 들켜
도 1천200달러나 물어야 한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300만원. 그러니까
순 '벌칙금 클린' '벌칙금 그린'과 벌칙금에 의한 질서다. 일본 와카야마
(和歌山)시의 '미관보호 조례'도 담배 꽁초 하나를 버리면 2만엔(약 20만
원)을 내야 한다.
 누진제는 벌칙금에도 있다. LA 시의회가 93년 6월 가결한 '레스토랑 금
연 벌칙금'은 1회에 50달러, 2회에 100달러, 3회에 250달러다. 궁금한 것
은 그런 엄청난 벌칙금의 징수 방법이다. 그래서 나온 게 영국의 이른바 '
벌금 차등제(Unit Fine)'로 음주 소란의 경우 가난뱅이에겐 20파운드(약 3
만7천원), 부자에겐 그 25배를 물린다는 것이다. 벌칙금을 못내 교도소에
가면 교도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쯤 되면 '빈부 등급 증명
서'라도 갖고 다녀야 할 판이다. 또 하나 약삭빠른 상혼(商魂)은 벌칙금 대
납이다. 1년에 1만엔만 내면 교통 '반칙금'을 대신 내 주는 보험회사가 이
미 93년 일본에 등장한 것이다.
 우리도 내년부터 금연구역 흡연 벌칙금이 10만원이라고 한다. 무질서 퇴
치 특효약은 벌칙금밖에 없다고 믿는 나라가 점점 늘고 있긴 하지만 계도
와 양심만으로는 정녕 안되는 것인가. 하기야 DH 로렌스의 '양심 재배법'처
럼 양심도 물을 주고 비료도 주는 재배 관리와 고된 훈련이 필요하긴 하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