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1천년 뒤의 미래 예측 논문 '2992년부터의 회고'가 영국 잡지 '
이코노미스트'에 실려 주목을 끈 것은 93년 새해 벽두였다. 그 흥미로운 '
천리안'이 아닌 '천년안(千年眼)'의 전망 요지는 이러했다. △21세기는 공
산주의 붕괴와 그 뒤처리 실패로 '비참한 세기'로 끝난다. △그 실패 원인
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세력의 명확한 사고, 창의, 의지의 결여 때
문이다. △그 혼란의 와중으로부터 서서히 일어나 22, 23세기의 지구를 좌
지우지할 나라는 중국이다. △일본은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국으로 전
락한다 등이다.
 글쎄다. 중국이 길까, 다른 나라가 짧을까는 그때 가서 대봐야 알겠지만
그 22, 23세기는 너무나 멀다. 불과 8년 뒤인 2001년 지금 그 천년 '예측안
(豫測眼)'은 당장 안과에 들러 시각(視角) 수정부터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세기(世紀)'가 너무 빨리 오기 때문이고 만만디(慢慢的)로 뒷짐만
지던 자세가 너무나 약동적이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진국을 뒤
쫓기는 '너무 늦었다'는 '타이완(太晩)'이라는 말을 수거해 멀리 내다버리
자는 그들의 슬로건 합창이 22, 23세기가 아닌 금세기에 결판을 낼 것 같
고 따라서 중국인에게는 결코 '비참한 21세기'가 아닌 영광의 세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메이드 인 차이나'는 넘쳐난다. 모든 선진국이 낮은
경제 성장률 또는 마이너스의 죽을 쑤고 있는데 중국만은 금년 상반기
7.9% 성장이라는 맛있는 밥을 지어낸 것이다. 우리부터가 탈이다. 세계 경
공업 제품 시장 석권에 이어 우리 전자제품을 강타하고 첨단 IT 정보통신
산업까지 위협하는 단계다. 서양에서 경계하는 '황색바람'보다는 같은 황색
인 우리가 당할 '황화(黃禍)'야말로 경계할 일이다. 나폴레옹이 말한 드래
곤(용)도 아니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도 아닌 거대한 '공룡 중국'의 세기
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고대 그리스 로마가 일컫던
비단의 나라 세리카(Serica)가 아닌 강철의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