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사업의 대표적 실패작, 심지어 ‘태어나선 안될 호수’였다고 까지
불리는 안산의 시화호. 이곳에 한때 일본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은 적이 있
었다. 불과 몇달 전 일이다. 환경운동가 지방의원 어민들이 대부분으로 이
들은 한결같이 시화호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위해 왔다고 했다.
즉 일본의 이사하야 만과 요시노가와 하구의 간척사업을 막자면 시화호와
같은 실패 모델을 현장 학습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려 14년간 8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 조성했음에도, 남의 나
라 국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큼 대표적인 오염호수가 돼버린 시화호.
하긴 도시와 공단지역에서 흘러나오는 최하류의 썩은 물을 가두어 농업용
호수를 만들겠다던 발상부터가 기가찰 노릇이긴 했다. 게다가 하천 정화시
설을 설치한 후 방제공사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마저 묵살한 채 물
막이 공사부터 서둘렀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끝내 담수화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그때부터 예상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뒤늦게 수질개선을 한답시고 이리 저리 땜질식 공사들을 시행해 보았지
만, 이 역시 깨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만 쏟아부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새로 하수처리장을 건설했으나 용량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에 유입돼 소
래 앞바다를 심각하게 부영양화 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또 시화호 내에 바
닷물을 유입시켜 수질개선을 꾀했지만, 호수에서 지속적으로 방류되는 썩
은 물이 인천 앞바다를 더럽히는 또 하나의 오염원이 되고 있을 뿐이다.
견디다 못한 해양수산부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호수
살리기방안을 궁리한 끝에 마침내 최종방안을 확정했다. 하수처리장 신증
설, 조력발전소 건립, 해조식물대 조성 등이 그 골격이다. 비용이야 얼마
가 더 들든 2006년까지는 시화호 수질을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2등급
으로 끌어올리겠다니 우선은 기대가 크다. 다만 호수 주변의 간척지 개발,
산업단지 건설, 폐기물 매립장 확보 등 ‘호수 살리기’와는 너무도 동떨어
져 보이던 갖가지 개발안들은 이 참에 어찌될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박>
건영(논설위원)>박>
썩은 호수 살리기
입력 200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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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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