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의자왕 즉위 20년이 되던 해인 서기 660년. 백제는 나당 연합군의
침공을 받는다. 백제국은 나당연합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대신들간에 국론이 분열된다. 1품 좌평(佐平)인 성충(成忠) 의직(義直) 흥
수(興水)등은 먼 바닷길을 건너온 당나라 군사들을 피로가 풀리기 전에 먼
저 치고 그 다음 신라군을 탄현(炭峴)에 오기전 공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건의했다. 반면 상영(常永)등 2품 달솔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당군을 백마강까지 끌어들여 더 지치게 한후 치기로 하고 먼저 신라군을 탄
현의 골짜기에서 방어하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달솔들은 좌평 성충이
나 흥수는 옥살이를 하거나 귀양간 것에 대해 임금을 원망하는 사람들이니
이들의 말은 믿을 것이 못된다며 의자왕을 설득했다. 당시 좌평은 5명, 달
솔은 30명. 의자왕은 다수인 달솔들의 의견을 따라 전쟁에 임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지고 백제는 패망했다.
역사가들은 만일 의자왕이 소수인 좌평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계백같
은 용맹한 장군 둘이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백제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리석은 다수의 당략적인
의견이 나라의 운명을 이처럼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최근 여당의 옷을 벗고 야당의 옷으로 바꿔 입은 자민련으로 인해 집권
민주당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국회가 열리면서 다수야당인 한나라당
과 자민련이 연합해서 남북협력기금에 대해 국회동의 절차를 강화하는등 기
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
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주요수단인 남북협력기금에 제한
을 가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맞서
고 있다.
분명한 것은 햇볕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업적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국민
대부분도 이에 동의하고 있고 지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 법
개정이 여야간 서로 내년 지자체장선거와 대선을 의식, 당략을 개입시킬 경
우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
다. 성 정 홍 (논설위원)
다수의 오류
입력 200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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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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