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라고 하면 언뜻 '뜨겁다' '여름' 등을 떠올리는 연상 작용과는 딴판으로 엉뚱같은 '책상'이나 '가방' 등을 연상하는 '연상의 분열증'을 정신의학 용어로 '정신분열증'이라 한다. 그런데 일본의 정신신경학회가 문제의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고치기로 결정해 내년 8월 요코하마(橫浜)에서 열리는 제 12회 세계정신의학회에 정식으로 병명 개정을 제안키로 했다. '정신분열증' 대신 라틴어 그대로 스키소프레니아(schizophrenia)로 부르든지, 질병의 개념과 진단 체계를 확립한 독일의 정신의학자 크레펠린의 이름을 딴 '크레펠린 브로일라' 또는 '종합실조증(綜合失調症)' 중 하나로 바꾼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 분열(精神分裂)'이라는 말이 정신이 산산이 깨지거나 쪼개지는(Splitting) 듯한 뜻을 풍기는 데다가 인격까지도 그렇게 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전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존재'로 인격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의미 마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데 집단적인 정신 질환은 더욱 무섭다. 80년대 아르헨티나 국민은 4분의 1인 800만이 군사독재정권의 공포에 심한 정신장애 증상을 보였다. 끝없는 내전으로 인한 유고 국민의 정신질환도 심각하다. 보스니아의 크로아티아계 전원이 진땀과 떨림, 가슴 통증, 숨막힘, 구토 등 심한 공황(恐慌) 장애에다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여성은 더욱 심하다. 크로아티아계 여성들을 '인간 인큐베이터'로 삼아 '세르비아계 씨를 왕창 뿌리겠다'는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윤간 공포 때문이고 임신과 낙태 금지 공황 때문이다.
요즘 뉴욕 시민들의 '고층 빌딩 불안증' 등 '급성 히스테리 장애'도 그럴 만하다. 경찰 차 사이렌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고 멀쩡한 건물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신경증에다가 심한 불면증, 테러의 목표가 될 만한 장소 피해 다니기 등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테러 노이로제 끝에 뉴욕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간다. 빈 라덴의 동생 등 친족 24명만이 역테러 공포증으로 사우디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오동환 논설위원
테러 노이로제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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