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에 의한 백색가루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백악관 국무부 의회 대법원 군의학 연구소 등에 탄저균이 배달돼 감염자가 13명에 이르렀고 이중 3명이 숨졌다. 다행히 탄저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국내에서도 한국화이자 직원 16명이 배달된 백색가루에 노출됐다 해서 한때 격리되는 등 전 지구촌에 그 파장이 심각하다.
우편물에 의한 테러라면 미국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1978년의 유나버머(Unabomber)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사건을 잊을 수 없다. 그는 17년동안이나 과학기술자들에게 사제폭탄물을 담은 우편물을 보내 3명을 숨지게 하고 29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주로 대학이나 항공사에 사제 폭탄을 보내 유나버머란 명칭이 붙었다. 검거된 후 그의 말이 어처구니 없다.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노예로 만드는 현대기술문명과 산업기술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편물의 나라다. 출산 생일 등 가족 기념일에서부터 행정업무까지 우편물이 모든 의사표시의 수단이다 심지어 운전면허증 발급이나 환자의 입원 수술날짜까지도 모두가 우편으로 알린다. 연간 우편물 배달량이 2천여억통, 한국의 15억통에 비하면 무려 133배에 이른다. 국민 1인당 배달량을 보면 미국이 연간 748통, 한국의 37.5통에 비하면 20배가 넘는다. 대륙의 동서부간 시차가 3시간이나 될만큼 땅이 넓어 독립이전(1775년)부터 우편물이 대륙통일의 밑거름이 됐다. FEDEX나 DHL같은 세계적인 민간우편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래서 우편물이 없는 미국인의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고 이를 이용한 테러는 미국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폭탄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리는 생화학균이라면 더 말할 나위없다. 미국이 반테러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백색가루 우편물을 보낸 범인을 쫓고 있으나 미국뿐 아니라 전 지구촌이 언제 이러한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생화학테러나 우편물취급에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 만이 상책인 듯 하다. <成 定 洪 (논설위원)>成>
우편물 테러
입력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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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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