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란 사회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민자들을 원래 살던 곳에서 밀어내는 구조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하긴 정든 땅을 버리고 낯선 타국으로 갈 때에야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우리가 일제(日帝)에 나라를 빼앗긴 1910년 이후 해방될 때까지 우리 선조들은 만주를 비롯, 시베리아 일본 등으로 대규모 해외이주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해외이민의 중요한 동기가 경제적 궁핍과 식민지배라는 정치적 현실과 밀접히 연관되었었음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몇년 전 IMF한파가 몰아쳤을 때도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슬픈 이민행렬이 줄을 이었었다. 심지어 이민 브로커들에게 1인당 1만~3만달러의 알선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너도 나도 그 행렬에 끼려고 했었다. 그것도 국내에선 3D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던 도계(屠鷄) 및 육가공 공장 등의 인부가 되기위해 기업체 간부 은행원 변호사 등 소위 화이트칼라들이 몰려들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들을 다 수용하기 버거워 나라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근래들어 또 다시 국민들의 탈(脫) 한국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해외 이민자들이 1만5천명을 돌파, 지난 95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 이래 날이 갈수록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서 충분히 중류층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30~40대의 유능한 샐러리맨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이들의 취업이민이 한해에 8천명을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에콰도르 피지 등 저개발 국가로 떠나는 이들도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한다.
비록 경제가 다시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IMF를 졸업한지도 꽤 되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일까. 겉으론 보다 나은 생활이나 자녀교육환경, 경쟁의식 등을 이유로 들지만 선진국이 아닌 저개발 국가에도 몰리는 걸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그나 저나 우수 인력들이 속절없이 자꾸만 빠져나가니 그것이 못내 안타깝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떠나는 사람들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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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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