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비평가, 철학자, MIT대 교수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저서 'Rogue States(불량 국가)'가 세계 지식인의 관심을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Rogue'가 단순한 '不良…좋지 않다'는 뜻보다는 불량배, 부랑배(浮浪輩), 불한당, 건달, 깡패, 악당의 뜻이 강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책 내용이 솔직함을 넘어 신랄하기 때문인가. '뉴욕타임스'가 '살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평가하는 그의 테러 전쟁 시각은 싸늘하다. “미국이 테러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겉으로는 세계 평화와 국제 정의를 외치며 정의의 해결사를 자임해오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혹한 무력 행사와 경제 제재 등 힘의 논리를 서슴지 않기 때문이고 이라크와는 또 다른 유형의 불량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야말로 재판을 받아야 할 테러 국가”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테러 피해와 고통은 크고 깊다. 지난 9월1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추산한 테러 복구비는 1천50억달러, 10월31일 미 우정공사가 발표한 탄저균 피해액도 몇십억달러였다. 미 항공사와 관광업계의 피해는 물론 전투기 한 대 공습에 50만달러나 든다는 전쟁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다국적군의 참전 비용은 또 얼마인가. 거기다가 9·11 테러 두달만에 또 항공기가 추락했다. 테러냐 기체 결함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의 세계적인 피해, 정확히 말해 '가해(加害)적인 파장'이 문제다. 170명의 도미니카인 죽음도 그렇지만 세계 항공사와 여행·관광업계의 피해, 전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이야말로 상상하기도 버겁다.
170억스위스프랑의 부채로 10월2일 스위스항공이 '하늘 문'을 닫았고 벨기에의 사베나항공도 지난 7일 파산을 선언,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항공사와 여행, 관광업체도 부채→감원→긴축으로 졸라매는 허리띠가 끊어질 정도다. 우리 항공사와 관련 업계의 피해도 엄청나고 대미 수출 환경도 어둡다. 테러 전쟁은 하루바삐 끝내야 한다. 그리고 테러의 응징도 응징이지만 그 원인 제공에 대해서도 심사(深思)하고 숙고해야 할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