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파동, 워커힐사건, 새나라자동차사건, 파친코사건. 6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겐 너무도 귀에 익은 이른바 4대의혹사건이다.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다시 바로잡기 위하여…” 운운했지만, 이 나라에 군사정권이 첫 발을 내디디면서 제일 먼저 빚어진 게 바로 이 대형 경제비리사건들이다. 그 뒤로도 군사정권하에서의 크고 작은 부정부패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공유지 불하 4대의혹사건, 6대 재벌기업 금융특혜사건, 고려원양사건, 율산파동, 이철희 장영자사건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조차 없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는 두 전직대통령들의 수천억원대 비자금사건으로 그 막을 내린다.
군사정권이 극복되자 이제부터야말로 그같은 부패구조도 깨끗이 청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사정(司正)작업에도 불구, 날이면 날마다 무슨 무슨 게이트, 무슨 무슨 리스트 등이 온통 세상을 뒤흔들어 왔다. 거의가 칙칙한 정경유착 및 정·관계로비 의혹 등을 남기면서. 당장 지난 해만 해도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윤태식 게이트 등 이른바 4대 게이트로 시끌벅적한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이쯤되고 보니 우리나라 중·고교생 90% 이상이 ‘한국사회는 부패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서 결코 놀랄 바는 못된다. 정작 충격적인 사실은 청소년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윤리 도덕의식이라 하겠다. 그들 조사대상자 1천5명의 학생중 무려 41.3%가 이런 답변을 했다고 한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또 28.4%는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이라 했고,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대답한 학생도 16%나 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생각보다 심각해 반부패교육이 시급하다”고들 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그렇게 이끌어오다시피한 어른사회가 과연 무엇으로 그런 교육을 할 수 있을지.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