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펠레가 1992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각국 대통령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가상적인 이야기지만 대통령들이 모두 축구선수라면 아마 세계에 전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은 정치가 행하는 것이지 스포츠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축구경기장에서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 하나가 되어 경기를 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번 2002 월드컵축구 경기에만도 전세계에서 연인원 600억명 이상의 지구인들이 TV시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고 보면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실제로는 전쟁도 일어났고 폭동이나 소란, 대형 압사사고도 일어난 것이 축구의 역사다. 가장 큰 사건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2차예선전(1969년)에서 비롯된 전쟁이다. 게임에서 진 온두라스 국민들이 흥분한 나머지 자국의 전역에서 엘살바도르인에 대해 살인 약탈 등 보복행위를 일삼았다. 이에맞서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에 선전포고를 하고 포병부대를 앞세워 공격을 개시, 5일동안 양국에서 3천여명이 죽고 1만2천여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을 연출했다.
이 전쟁 말고도 축구 때문에 일어난 참사는 부지기수다. 볼리비아 국가 대표팀(1969년), 구 소련의 타슈켄트(1979), 알제리의 에어리퀴데 클럽(1970), 이탈리아의 토리노(1949),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958), 잠비아 국가대표(1993), 칠레의 그린 크로스(1962), 페루의 알리안사 리마(1987)팀 등은 시합을 하러가거나 귀국도중 비행기 추락 참사로 선수들이 일부 또는 전원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 결과나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폭동사태나 경기장의 무질서, 엉성한 시설 등으로 일어나는 압사사고 등은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보는 일이다. 이 모두가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새해들어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한국의 16강 진출 못지않게 하늘과 땅, 그리고 경기장의 안전과 관중의 질서의식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