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모르는 사람이 밤에 잠을 더 잘 잔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이렇게 한줄 덧붙일지 모른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어떤지,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는 사람이 더 즐겁게 TV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호기심의 동물 인간은 정치와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기를 쓰고 알고 싶어한다. 연예가 내막을 더 잘 아는 사람이 화제를 주도할 수 있기도 하다.
 
별 생각없는 대중에게 느닷없이 던져진 '연예인 X파일'로 온통 시끄럽다. 그러잖아도 '일용할 가십'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대중에게 엄청난 성찬이 차려졌으니 어찌 조용할 수 있으랴. 타고난 엿보기 성향 때문이든, 따분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든, 일단 읽어보고 점잖은 비판을 하기 위해서든 너도 나도 X파일에 달려드는 형국이다. 천문학적인 소송액 운운은 오히려 바짝 동한 호기심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무참히 인격이 짓밟히는 대상 연예인들을 아랑곳 않는 이런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책임의 뿌리는 애초에 기획을 한 회사와 정보를 제공한 자들에게 있다. 이들의 공생관계와 가십 생산구조를 파헤치고 바로잡지 않는 한 연예X파일 새 버전은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작 밝혀져야 할 역사의 X파일들은 여전히 감추어져 있다. 비공개 기간 30년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다 공개되지 않는 한일협정 관련문서와 '문세광 사건'의 진상 등이 그것이다. 도대체 한일협정의 진정한 내막은 무엇이었을까. 자기 허벅다리에 총을 쏘는 '웃기는 자칼'의 정체는 과연 밝혀진 것일까. 육영수 여사가 그의 총에 맞아 절명한 게 사실일까. 그 진실을 담은 X파일은 어디엔가 존재하지 않을까. 단순한 역사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진작 걷어냈어야 할, 그 엄혹했던 시절의 부정적 유산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깊이 드리워 있지 않은가. /楊勳道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