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독성물질 방출 우려가 큰 폐전압기를 주택가 등에 그대로 방치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문제의 폐전압기의 방치 숫자가 경기·인천지역에 가장 많다는 국감조사 결과는 주민들에게 충격적이다. 인구 비중도로 볼때 전력 공급 시설이 타지역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안전조치 없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같은 독성 폐기물을 경인지역에만 수만개씩 그대로 방치한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전의 몰지각성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폐전압기에는 독성이 강한 폴리염화비폐비닐류가 있다. 전기절연성이 뛰어난 기능 때문에 전압기 구성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으나 폐품에서는 맹독성이 강한 성분이 흘러나오고 있어 안전한 처리대책이 요구된다. 이 독성은 유기용매에 잘녹는데다 플라스틱과도 잘 섞여 도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신체에 접촉할 경우 피부염·폐암·미각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물질을 대책없이 주택가와 야적장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993년 환경 및 국민보건 차원에서 산업활동에 수반된 특정 폐기물 처리 규정을 대통령령으로까지 개정해 강화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이 무용지물화하면서 오늘과 같은 문제점이 되풀이 되고 있는 형국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조차도 국민건강을 위해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들에 대해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처리하는 것이 통례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위험물질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기본상식임과 동시에 양심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 공기업에서 조차 법을 우습게 아는 우리의 현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한전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공기업 가운데도 핵심인 기업이다. 이를 의식해 친 환경적 사업을 펼치는 등 이미지 경영을 위한 노력을 전개중에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폐전압기등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방치해 둔 채 기업의 좋은 이미지만을 떠올리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노력은 얄팍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전은 이번에 문제가 된 폐전압기를 법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 등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사전에 이같은 일을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