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도민을 대표하는 제7대 경기도의회가 출범한지 6개월이 흘렀다. 지난 6대의회에 비해 의석수도 늘은데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전환,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 첫 시험무대의 선봉에 선 이가 바로 양태흥 의장이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해외연수 파문으로 의장이 직접 사과문을 낭독하기도 했고, 선거법 위반으로 동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의장은 "도의회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면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 평가는.

"지난 6개월이 시행착오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작정입니다. 사실 7대 의회 구성을 보면 초선의원이 도의회 구성원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등 초반 불안요소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해외연수 파문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고 생각됩니다.이유야 어찌됐건 이와 관련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이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한 채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가 열렸습니다. 의장으로서 걱정스런 마음이 들어 행감장을 수시로 돌았는데 그때마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젊은 의원들은 관련자료를 담은 보따리를 하나씩 행정사무감사장에 들고 들어와 집행부에 쉬지 않고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처음 구성된 조직이라면 시행착오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분명 발전하고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한 의회의 발전은 계속 될 것입니다."

-도민에 대한 의회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 등으로 도덕성 시비가 계속 터져나왔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문제점을 털어낼 해결책은 없는가.
"이달 중 모든 규정을 재정비할 방침입니다. 우선 언제나 문제가 됐던 공무국외심사를 강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습니다. 가장 큰 줄기는 해외연수나 연찬회시 전체 의원의 최소 70%는 항상 도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임시회를 개회할 수 있는 최소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회기 일정상 국외 연수 일정이 몰릴 가능성이 크지만 최대한 분산시켜 동일 시기에 2개 위원회만이 자리를 비우도록할 방침입니다. 2개 위원회가 동시에 빠져 나가면 25~28명 정도니까 개회 정족수 유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회기 중에는 무조건 위원회별 해외연수를 허용치 않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공무국외심사도 출발 15일전 신청토록함으로써 충분한 계획성을 갖도록 유도하겠습니다. 아직 시행에 여러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인턴보좌관 채용문제도 철저히 규칙을 정해놓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방식으로 진행시키려 합니다.인턴보좌관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 돼야하므로 일정한 자격기준을 만들고, 운영에 있어서도 단순히 의원 개인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경기도의회의 올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현재 행자부와 갈등 중인 인턴 유급보좌관제다. 행자부와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인턴보좌관제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구상인가.
"행자부는 평소 지방자치와 지방의회의 역할 확대를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턴보좌관제를 둘러싼 행자부의 행동은 그동안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자신들만 편하고자 정부의 말도 듣지 않고 인턴보좌관제 시행을 강행한다고들 하는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우선 의원들의 보좌관 필요성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전문화되고 있는 행정의 절차 및 내용을 의원들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감사때 잘못을 지적하고 예산집행에 누수는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의원들이 전문자료 하나만 찾으려 해도 직접 운전을 해 국회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 가 자료를 찾고 이를 정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집안살림까지 책임져야 하는 여성의원들의 어려움은 더 큽니다. 그렇다보니 현재 여성의원들은 사비를 들여 일정금액을 주고 공동으로 보좌관을 채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의회가 인턴유급보좌관제를 위해 올해 집행할 예산은 12억원입니다. 이 비용은 총액인건비제 등 여러 제약에 따라 1년에 300일 이하로 인력을 채용해야하는 일시사역인부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12억원 자체가 적은 돈이라는 말이 아니라 인턴보좌관제 예산이 집행되더라도 제대로된 보좌관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사비를 들여야만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행자부는 보좌관제의 가치와 효용성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해당 지자체 공직자들에 대한 벌칙을 준비하는 등의 강압적인 자세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국시도의장단 차원에서 행자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사전조율하는 등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이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대선 정국에서 도의회는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보는가.
"도의회 의장을 맡고 있어 올해 대선과 관련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는 저만 해도 이른바 한나라당 빅3 캠프에 모두 자기사람으로 이름이 올려져 있다는 말을 제3자들로부터 종종 듣습니다. 그래서 의원들에게 너무 앞서가지 말고 중심을 잡으라는 충고를 합니다. 지금은 누구의 뒤에 줄을 설 때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에 힘써야 할 때라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물론 정당공천제 시행 등으로 인해 대선과 도의회와의 관계가 전혀 없다고 부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의원들이 속한 정당이 정권을 제대로 잡고 난 후의 문제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의회에 나오지 말고 차라리 도당으로 출근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다행히 아직 도의원 중에는 어느 특정인에 줄 서 있거나 따르고 있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의원들 모두에게 언행을 조심하도록 당부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정당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는 올해 대선 전망은.
"이유가 어찌됐건 한나라당은 지난 8년간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두번 모두 놓쳤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대권후보 빅3의 단일화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것도 지금으로선 잘 해결되리라 봅니다. 만약에 이탈자가 있더라도 그 사람만이 정치적 생명에 손상을 입을 것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아직 내홍이 심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대권후보가 나와도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을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하더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도민들에게 다짐을 한다면.
"우선 개인적으로 볼 때 이제는 나이도 60을 넘어섰고 아무런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의장을 맡고 있는 2년동안 경기도의회를 제대로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의회 구성 후 지난 6개월간 경기도의회가 무조건 잘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분명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후반기에 의원들이 더욱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천100만 도민의 손과 발이 되겠다고 공언한 뒤 이 곳까지 온 사람들인데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할 것입니다.

다음달 6일이면 의회가 개원합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현재 의원들은 상임위별로 교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토론을 하고 정보를 습득하며 하루하루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각자 맡은 바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도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없다면 모두 허사일 것입니다. 잘 한 일은 칭찬해주시고 잘못한 일에는 따끔한 지적도 부탁드립니다."

대담/김종남 정치부장, 정리/송명훈·이태무기자·abc@kyeongin.com
사진/한영호기자·han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