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누구나 할수있다


영어 재미에 푹 빠진 세 사람이 있다. 한 명은 50 평생 영어란 것을 모르고 살았고, 두 명은 한국식 영어교육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각자 안고 있는 백그라운드는 다르지만 최근 회화에 재미를 붙여 영어 배우기에 탄력을 받았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우선 김선일(51·여)씨를 보자. 김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 학력의 전부였다. 당시 영어과목이 있을 리 만무. 50평생 영어가 뭔지 관심밖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2004년 문을 연 슈퍼마켓은 영어를 해야겠다는 직접적 동기가 됐다.

슈퍼마켓에는 영어 천지의 상품 뿐이었다. 손님들이 영어로 된 상품을 달라고 할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뮤직'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아들에게 물으면서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영어에 손을 댔다. 때마침 남인천고에서 중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는데 이는 영어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도화선이 됐다.

김씨는 수업과 별개로 회화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주민자치센터 '영어교실'을 찾았다. 2005년 5월부터 1년 9개월 동안 주안6동과 가좌동을 넘나들었다. 같은 강사를 하루에 두번 만나니 반복학습은 저절로 됐다. 중간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해 여건이 쉽지 않았지만 이유없는 결석은 하지 않았다.

시간도 억척스럽게 쪼개 썼다. 모르는 단어는 수첩에 적어 오가는 시간에 외웠다. 예습과 복습은 기본. 김씨는 같은 교재를 꼭 두권 산다. 한권은 모르는 단어를 찾아 놓는 예습용이자 수업용으로, 나머지 한권은 수업이 끝난 뒤 외웠는지를 확인하는 복습용이다.

김씨의 학업비결은 '스펀지 원리'에 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나이 많은 영어교실 수강생들은 영어를 자기 논리로 해석하면서 배우려 하는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그나라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니 무조건 따라서 익힐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현재 김씨의 회화 실력은 아직 외국인과 자연스런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지만 기본대화는 가능한 정도. "아직은 어감 차이가 있어 외국인과의 대화에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외국인을 만날 때 두려움은 없습니다" 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김씨는 "요즘은 영어를 모르면 살기 힘든 세상같아요. 나중에 손자들은 영어로 대화를 하기도 할텐데 내가 모르면 애들과 거리감이 생기지 않겠어요"라며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하대 김태신(29·전기공학과 박사과정)·박민정(22·화학과 4년)씨는 제도권 영어학습자다. 김씨는 수능 영어성적은 높았지만 대학생이 돼 치른 토익에선 절반도 안되는 450점을 맞았다. 내리 세번 비슷한 점수가 나오면서 영어에 짜증이 나 손을 뗀 상태였다.

이런 김씨를 돌이켜 세운 건 주변 분위기였다. 학과에 외국인이 많은 데다 선교단체 유학생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답답함을 많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올해초 대학에서 진행되는 회화과정을 자발적으로 등록한 김씨는 새로운 흥미를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성경 한장을 읽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영어수업을 듣는다. 멋있는 문장이나 모르는 단어·문구는 일기장에 적어 반복학습했다. 김씨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는 "김씨는 '영어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흥미를 가진 단계"라고 진단했다. 스스로 찾아서 할 정도의 모티브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토익 800점대로 다음달 해외어학연수를 꿈꾸던 박씨. 토익 점수에 걸맞는 회화가 안돼 어학연수를 계획했지만 성공확률이 적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한국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대신 박씨는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다. 외국 시트콤 '프렌즈'와 매일 듣는 회화수업 내용을 4번씩 빠지지 않고 반복해 들었다. "올바른 문장을 쓰게 되면 별표를 해놨는데 지금은 처음보다 별표가 많아졌다. 얼마전엔 외국인으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당신 잘못걸었다고 응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외국인을 만나도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영어에 왕도는 없는 것 같다"는 박씨는 "자신감을 갖고 많이 반복 학습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