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받는 일부 수당이 비과세로 분류돼 연간 최소 2천800억원의 세금이 누락됐다고 한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우리는 세금을 도저히 낼 수 없는 계층을 제외하고는, 특권 계층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세금으로 알고 있다. 국민이면 능력과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평등 원칙으로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이 투명하게 적용돼야 할 공무원 사회에서 무참히 훼손되고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비과세로 분류된 행정공무원의 수당은 직급보조비와 직책급 업무추진비로 연간 1조5천여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공무원의 직급별 지급수당이 1조3천552억원이며, 과장급 이상에게 지급되는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1천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당은 매월 급여일 개인 통장에 지급되며, 사용내역에 대한 영수증 첨부 등 업무관련성을 증빙하는 확인절차가 없다고 한다. 이는 일반급여와 같다는 것으로 당연히 과세대상이다. 일반기업에서는 과세대상으로 분류,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공무원에게만 유독 소득세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이중잣대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당혹감마저 들 정도다.

국세청 관계자는 문제될게 없다는 태도다. 직책급 업무추진비와 직급보조비의 비과세에 대해 그동안 문제된 적이 없었는데다 근로소득 여부가 불명확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는 문제가 되면 그때가서 따져도 되는데 알아서 길 필요가 있느냐는 말로 들린다. 정확하고 투명해야 할 공무원의 빗나간 의식수준을 보는 것 같아 실로 안타깝다. 각 일선 행정기관 담당공무원의 주장 또한 가관이다. 지침에 따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고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행자부 예산편성 지침 어디에도 비과세라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어 현재로선 편의적 직무유기거나, 도덕불감증의 극치로 밖에 볼 수 없다 하겠다.

조세의 제1 덕목은 평등의 원칙일게다. 이 원칙이 어긋나며 불평등 사회가 돼서다. 그런데 이러한 조짐이 신뢰의 근간이 돼야 할 공무원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세무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세무행정의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다시 규정을 면밀히 살피고 세금 부과에 하자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세금징수를 하지 않았다면 탈세 액수에 대해 강력히 환수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