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었다면 벌써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법한 국세청이 공무원의 수당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국세청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기관의 세무 관련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또 업무추진비 과세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명백한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말을 아끼고 있다.

◇공직사회 전체가 '침묵의 카르텔'=한 자치단체 공무원은 직급보조비와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비과세로 분류된 것에 대해 "행자부 프로그램에 그렇게 돼 있어 그대로 써 왔지만 사실 미심쩍었다"면서 "민간기업과 형평성을 감안한다면 공무원만 비과세로 해달라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 관련 공무원도 "사실상 급여와 다를 바가 없어 원칙적으론 과세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오랫동안 관례대로 해온 건데 공론화돼서 좋을 게 뭐 있냐"고 말했다. 국세청도 가만히 있는데 나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국세청 또한 공무원 수당을 비과세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세법상 근거가 희박함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공무원 급여에 관한 자체 예규가 마련돼 있으나 이 예규가 법보다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당의 사용 성격을 봐야한다"며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대법원 판례도 깔아뭉갰다=직급보조비와 직책급 업무추진비의 과세여부는 이미 대법원 판례에도 분명하게 나와 있다. 지난 2005년 5월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마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급된 금원의 명목이 아니라 성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그 금원의 지급이 근로의 대가가 될 때는 물론이고 어느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규칙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는 그 직급에 따라 매월 정액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됐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지출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서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즉 대법원은 각종 수당이 ▲이름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업무연관성을 증빙할 자료가 없다면 과세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대해 김덕환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급여에 해당하는 것을 과세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