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나 이제나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 이야기가 심심찮게 화제가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폭력 남편이 적지않은 탓이리라. 반면 서구사회에선 되레 '아내에게 학대받는 남편'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그 좋은 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남편이 돈을 못번다 하여 걸핏하면 욕설을 퍼붓고, 물벼락을 안기는가 하면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밖에 고대 로마의 대 정치가 키케로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등도 아내에게 학대받고 구박받은 남편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서구에선 '학대받는 남편' 문제가 자못 심각한 모양이다. 6~7년 전엔 미국의 가정폭력 피해자 중 3분의 1이 남편이라는 보도가 나온적도 있다. 심지어 영국에선 이미 지난 1993년에 '피학대남성 보호소'가 문을 열기도 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꽤 다행인듯 싶지만, 요즘은 그렇게 마음을 놓을 때도 아닌 것 같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서구처럼 매맞는 남편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3~2007년 6월 가정폭력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내의 남편학대가 1천300여건이나 돼 노인학대(1천34건) 아동학대(280건) 보다 더 많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쯤되니 우리 사회도 여권이 크게 신장됐다고 반가워해야 하는 것인지, 갈수록 심각해지는 야만적인 폭력 난무를 한탄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