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주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변화는 여전히 더딜 뿐 아니라 부푼 기대 속에는 불신 역시 도사리고 있었다.
3일 오후 1시 의정부시 금오동. 캠프 시어즈와 카일이 있는 금오동은 도로를 경계로 고층 아파트단지와 미군 부대가 마주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는 동네다. 특히 두 부대 사이에 낀 중금오동은 그동안 미군 부대에 눌려 '발전다운 발전'은 꿈도 꾸지 못했던 곳이다.
'개발 광풍'은 이 동네에도 불어닥치고 있었다. 시어즈와 카일 자리에는 내년 상반기 중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이 착공될 예정이다. 미군이 주둔했던 3년전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3∼4배 치솟았다.
그래도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남진(38·여·은행원)씨는 "그동안 피해를 입은 것은 지역주민인데 토양정화 작업도 그렇고, 왠지 주민들은 배제되는 느낌"이라며 "개발이 되고 땅값이 오르면 원주민들은 떠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에서도 기대와 불만은 엇갈렸다. 양주시 남방1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홍래(50)씨는 "미군 기지가 떠나면서 근처가 온통 땅 투기장으로 변한 셈"이라며 "아파트값만 올라갔지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이 주둔했을 때 주민들을 외면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었다.
동두천시 지행동의 김인숙(37·여)씨는 "미군 부대 중 한 곳이 빠져나갔지만 나머지 기지는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머지않아 나갈 것이라고는 하지만 하도 속고 살아서 안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경인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주)에 의뢰, 3일 경기북부 6개 시·군 주민 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응답자 중 38%가 반환 공여구역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