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석(용인시장)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나이가 90에 가까운 우공이란 사람이 집 앞 산이 가로막혀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자식들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 시작했다. 발해만까지 흙을 운반하는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친구가 만류하자 우공은 "나는 늙었지만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고 자자손손 대를 잇겠지만 산은 불어날 일 없으니 언젠가 평평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옥황상제가 그 정성에 감동해 두 산을 옮겼다고 한다.

용인시장으로 2년간 일해 온 지금 돌아보면 시장은 우공과 같은 마음이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마치 우공이 자식과 손자, 그 이후의 자손이 꾸준히 산을 옮길 것이라 기대하며 산의 흙을 날랐듯이 용인시의 행정 역시 필자를 비롯한 이후의 시장들과 용인시 공무원들, 시민들 모두의 참여 속에서 시를 운영하는 것 역시 산을 옮기는 일처럼 조금씩 꾸준히 진행해 마침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모습에서 그렇다.

2년 동안 많은 흙을 옮기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옮긴 흙은 빙산의 일각 같아서 '산'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 비전이란 그런 것 같다. 산을 옮기기로 한 계획이 마침내 이뤄질 것이며 그 계획을 위해 나와 우리가 땀 흘리는 것이 후세를 위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에 대한 공감대 말이다. 필자도 많은 땀을 흘렸고 등 뒤에 쌓인 흙들이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말해주는 것 같아도 눈 앞의 '산'이 만만치 않기에, 그리고 옆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내가 힘들다 내색하기보다는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커다란 보람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마음을 모으기 위해 나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 있는 우공(愚公)이든 가장 무거운 흙짐을 지고, 누구보다 부지런히 꾀 부리지 않고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산을 함께 옮길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시장으로 일한 지 만 2년이 된 지금이 바로 그런 공감대 형성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생각하는 용인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

용인시 서북부는 도로 등 도시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발이 이뤄져 무분별한 개발을 가급적 억제하는 상황이고 용인의 동부와 남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생활 전반에서 낙후된 부분이 많아 계획적 개발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시장에 취임 후 2020용인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질오염총량제 승인을 받으면서 환경보전과 함께 지역 특성을 살리는 동서 균형발전, 교통문제 개선, 생태하천 조성사업, 초·중·고교 원어민 교사 지원, 하수처리시설 확충, 하수관거 정비사업 등 용인시에 부족한 기반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많은 사업들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산은 높고 갈 길은 멀다. 용인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중요한 교통과 하천, 하수 등 기반시설 조성 사업이 커다란 산의 하나다.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당장 2년 뒤에는 용인시의 5대 하천 정비사업이 마무리 될 것이고, 지금 한창 공사중인 용인경전철도 운행하고 있을 것이다. 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본다면 더 많은 도로의 확·포장과 문화·복지 시설 확충, 낙후지역의 계획 개발, 노후된 구도심 정비, 분당선 연장선 등 광역교통망과의 연계, 자립형 농촌 육성과 문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 인재 육성을 위한 지원, 용인의 역사복원과 정신계승,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정책 등이 진행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필자가 추구하는 모습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도시기반도 갖춰져 있고 자연환경도 깨끗하고 각종 문화복지 정책으로 시민들이 행복해하는 살기 좋은 도시다.

이런 비전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를 가꾸는 일은 역시 개인이 산을 옮기는 것처럼 쉽지 않다. 필자가 꿈꾸는 미래는 혼자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후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뤄내야 하는 꿈이다.

시장으로서 산 전체의 윤곽을 살피며 묵묵히 필자에게 주어진 짐을 지고 간다. 우공이 산을 옮기는 마음 역시 그러하지 않았을까.